시리아 규탄결의안 中 기권…"북핵 이어 중동외교도 전환 시사"
對중동 목소리 키워…"러시아 벗어나 미국과 공조 모멘텀 유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대(對) 중동 외교정책의 전환을 시사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리아 제재안에 대해 항상 러시아를 따랐던 중국이 이번에 기권으로 선회한 것은 중동에 대한 독자적이고 균형잡힌 외교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해법에 대한 접근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유엔 안보리는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州)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으나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결의안은 부결됐다.
하지만 또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러시아를 미국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의 유일한 반대국가로 만들었다. 중국은 2011년부터 제기된 8건의 시리아 제재안 가운데 6차례를 러시아 편에서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져왔다.
시리아 공습 명령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번 기권 결정에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가 이번 중국의 기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권 결정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중동에서 보다 중립적이고 독자적인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서남아·아프리카연구소 인강(殷강<四+正>) 연구원은 "중국은 더이상 시리아 문제에서 러시아 편에만 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왕롄(王聯)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시리아 문제에 좀더 관여하기를 바라고 있고, 중국도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그 선의와 적극성을 보여주기 위해 기권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 교수는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중동 문제에서 중립적 태도로 비치기를 바라고 있다"며 "중국은 화학무기 사용 반대에 있어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를 원하면서도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데는 반대 입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시리아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수단만이 유일한 옵션이 돼야 한다고 중국은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무역과 북핵을 놓고 미국과 '빅딜'을 벌이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비슷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중국은 또 최근 들어 중동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늘리고 있다.
왕 부장은 중국을 방문 중인 팔레스타인 리야드 알-말리키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팔레스타인에 독립 국가가 허용돼야 한다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방해는) 불공평하다. 이런 '역사적 불의'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팔레스타인 분쟁을 포함해 석유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 대한 개입을 다소 꺼리는 편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벤저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이 양 당사자와 지역에서 좋을 것이고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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