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강제퇴거 승객, 코뼈 골절·뇌진탕에 앞니 빠져

입력 2017-04-14 11:08
수정 2017-04-14 15:58
유나이티드항공 강제퇴거 승객, 코뼈 골절·뇌진탕에 앞니 빠져

베트남인 "강제로 끌려나가던 순간, 베트남 탈출 때보다 더 무서워"

시카고공항 "오버부킹 아닌, 유나이티드 승무원 태우기 위한 강제퇴거"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오버부킹(초과예약)을 해소한다며 유나이티드항공 기내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승객이 퇴거 과정에서 코가 부러지고 치아가 2개나 뽑히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 사태 피해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 박사의 변호사 토머스 디메트리오는 13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오 박사의 부상 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오 박사는 강제 퇴거 과정에서 코가 부러지고 앞니 2개가 뽑혔으며,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 부비강(副鼻腔·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멍)도 손상돼 복원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디메트리오 변호사는 "승객을 소 떼처럼 취급하는 이러한 무례한 관행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며 다오 박사를 끌어낸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 공항 경찰의 공격적인 행동을 비난했다.

다오 박사는 9일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을 출발, 켄터키 주 루이빌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좌석이 초과 예약됐다며 자발적 좌석 포기를 요구받았다. 그가 "내일 오전 예약 환자가 있다"며 거부하자, 유나이티드는 공항 경찰을 동원, 폭력적으로 강제 퇴거시켜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디메트리오 변호사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사과는 '연출된' 것이었다며, 사건 발생 후 유나이티드가 다오 박사와 연락하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전했다.

당초 다오 박사가 공격적으로 행동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던 유나이티드항공은 비난 여론이 들끓자 모든 승객에게 항공료에 준하는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경찰에 의한 강제퇴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오 박사의 딸 크리스털 다오 페퍼는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떠한 인간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우리 가족은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오 박사는 1975년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이 북베트남군에 의해 함락될 때 베트남을 탈출해 미국으로 향했다. 현재 켄터키 주에서 의사인 부인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자녀 5명 중 4명이 의사이다.

디메트리오 변호사는 "다오 박사는 1975년 보트로 베트남을 탈출할 때 매우 두려웠지만, 이번에 비행기 복도에서 끌려나갈 때는 베트남을 떠날 때보다 더 무섭고 참혹한 심정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다오 박사는 현재 '안전한' 장소에 머무르고 있으며, 다시는 비행기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디메트리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인종 차별과 연관짓기는 거부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일리노이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건 발생지이자 유나이티드항공의 본사가 있는 시카고 시의회는 청문회를 열어 항공사 측과 오헤어국제공항 관계자들로부터 사건 경위를 들었다.

청문회에서 오헤어 공항 측은 "당초 유니이티드항공이 강제 퇴거의 근거로 '오버부킹'을 제시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도착지인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다음날 비행기에 타야 할 유나이티드 승무원들을 태우기 위해 승객들을 강제 퇴거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 상원의원 21명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며, 사건 발생지인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 잔 샤코우크키는 오버부킹을 이유로 승객 탑승을 거부하는 관행을 금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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