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출연금 성격은…검찰, 뇌물·강요 '쌍끌이' 전략
후속수사 증거 토대로 뇌물 혐의사실 추가할 듯…막바지 검토
17일께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하면서 수사 마무리…일괄 정리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마무리와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삼성 등 대기업이 낸 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지가 주목된다.
검찰은 특검 수사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의 후속수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도 기소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204억원, 삼성전자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천800만원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독일법인 코레스포츠를 통해 제공한 77억9천735만원(약속금액 213억원)이 박근혜-최순실 측 강요의 결과인지 아니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인지가 관건이다.
특수본은 작년 하반기 수사 때는 출연금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행위의 결과라고 보고 삼성 등을 뇌물공여자가 아닌 강요 등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새로 드러난 증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 부회장 측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뇌물 거래'로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범위를 확대했다.
특수본은 삼성전자의 승마 지원금 77억9천735만원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이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진 뇌물이라고 영장에 기재했다.
앞서 작년 12월 최순실 조카 장시호 씨를 기소하면서 영재센터 후원금을 두고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 씨와 공모해 직권을 남용한 결과로 보고 삼성전자를 강요의 피해자로 규정했으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판단을 바꾼 셈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제반 현안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거쳐 파악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3차 독대 시 대화 내용 등 보강수사에서 드러난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그룹이 미르와 K스포츠에 낸 204억원에 대해서는 제삼자 뇌물이라는 판단과 직권남용·강요의 결과라는 두 갈래 판단을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함께 담았다.
검찰은 특수본 내부 회의와 수뇌부 보고 등을 거듭하고 있으며 17일께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삼성 출연금의 성격에 대한 판단을 공소장에 기재한다.
일단 승마 지원금 77억9천735만원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이라는 판단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와도 합치한다.
미르와 K스포츠 출연금의 경우 제삼자 뇌물이나 직권남용·강요 중 어느 한쪽을 택하기보다 양쪽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이를 제삼자 뇌물로 규정했으나 검찰 내부에는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신중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제삼자 뇌물과 직권남용·강요 양쪽을 모두 공소장에 기재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제삼자 뇌물과 직권남용·강요를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로 나눠 기재하거나 두 가지 혐의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으로 기소하는 방법이 있다.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 적용은 뇌물죄를 주된 혐의로, 직권남용·강요를 예비 혐의로 함께 기소하는 방안이다. 법원이 먼저 뇌물죄로 보고 심리하되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직권남용·강요죄로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제삼자 뇌물과 직권남용·강요 가운데 주위적 공소사실로 지목된 혐의가 입증됐는지를 우선 판단한다. 만약 주위적 공소사실이 무죄라고 판단하는 경우 나머지 예비적 공소사실의 유죄로 인정되는지를 따지게 된다.
검찰이 공소장에 우선순위 없이 양쪽 혐의를 택일적으로 기재하고 법원이 이를 심판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상적 경합은 삼성그룹의 출연이라는 동일한 행위가 제삼자 뇌물인 동시에 직권남용·강요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경우 가장 형량이 무거운 죄로 처벌하게 된다.
검찰이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이 제삼자 뇌물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면세점 사업권이나 총수 사면 등의 현안을 대가로 출연 또는 기부했다는 의심을 산 롯데 등 다른 대기업의 자금 제공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수본은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제삼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무혐의 처분이 거론되는 가운데 막바지 보강수사를 거쳐 처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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