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국민연금 3시간 전격 회동…대우조선 채무조정 논의 급진전

입력 2017-04-13 23:26
수정 2017-04-13 23:44
산은-국민연금 3시간 전격 회동…대우조선 채무조정 논의 급진전

산은 "만기연장 회사채 2천억 100% 상환 보장 제안…막판 설득"

실무진은 '밤샘 협상'…국민연금 14일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초롱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놓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던 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운명의 날'인 사채권자 집회를 나흘 앞두고 서서히 이견을 좁혀나가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이 출자전환하지 않는 회사채의 상환권을 강화하는 협상안을 만들어 막판 설득에 나섰다. 만기 연장해주는 회사채 2천억원가량은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다.

13일 채권단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산은이 국민연금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천억원을 투입하는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 23일 이후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이 얼굴을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14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채무채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3천500억원 가운데 3천900억원(29%)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반대한다면 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는 실패로 끝나고, 대우조선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P플랜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두 사람의 면담은 오후 9시 10분께 마무리됐다.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의 면담 이후에는 산은과 국민연금의 실무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산은은 사채권자의 우선 상환권을 강화하는 카드를 들고 국민연금을 본격적으로 설득했다.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를 3년 만기 연장해 준다면 만기 연장분에 대해서는 국책은행이 상환을 보장해준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신규 지원하는 금액 2조9천억원에서 별도 에스크로 계좌를 만든 뒤 단계별로 사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 할 금액을 쌓아두는 방식이다.

이동걸 회장은 "에스크로 계좌를 열어 상환일이 임박하면 사채권자들이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넣어주는 식으로 짜임새 있게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살아만 있다면 국민연금이 만기를 3년 유예해주는 회사채를 100% 회수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보강하겠다는 얘기다.

산은은 일단 이번 만남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산은은 "현재까지 합의된 바는 없으나 양 기관 수장들이 만난 것 자체가 상황 호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내일 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정을 앞둔 국민연금을 말을 아꼈다.

그러나 두 기관 실무진이 '밤샘 협상'을 각오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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