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기사의 편지
밤하늘이 시를 쓰다·런던을 걷는 게 좋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1∼3 = 희곡 '파랑새'로 잘 알려진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1862∼1949)의 산문집. '꽃의 지혜'(1907), '지혜와 운명'(1898), '운명의 문 앞에서'(1934) 등 세 권을 묶었다.
"누구든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이 맞닥뜨린 역경을 극복하는 데 쏟는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작가는 태어난 자리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숙명적 한계에도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온갖 지혜와 의지를 발휘하는 모습에서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사유는 사랑·행복·희망 등 어느새 낯선 이야기가 돼버린 가치들을 거쳐 죽음과 운명에 이른다. "우리가 불어 끈 촛불의 운명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신과 영혼, 삶의 깨달음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을 것입니다."
아르테. 성귀수 옮김. 각권 120∼208쪽. 1만2천∼1만4천원.
▲ 기사의 편지 =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은 전투를 앞두고 자녀에게 삶의 교훈을 담은 편지를 쓴다. 겸손·협력·사랑·믿음·우정 등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기사의 규칙'이기도 하다. "네 삶의 질은 네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한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우정) "빛을 내려면 불에 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용기)
배우이자 감독·작가인 이선 호크(47)가 2015년 발표한 세 번째 소설. 아메리카 원주민의 우화, 중국의 고사, 불교 설화 같은 옛이야기들을 엮어 중세 기사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아내와 이야기하다가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부키. 전미영 옮김. 208쪽. 1만2천원.
▲ 밤하늘이 시를 쓰다 = 시인 김수복(64)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화답해 지은 시집. 93편에 각각 윤동주 작품의 제목이 부제로 달렸다.
"육첩방은 얼음 나라/ 땅 속 얼음이 녹으면서/ 새싹의 입술을 적시듯이// 분노에서 꽃이 핀다" ('해동―쉽게 씌어진 시' 전문)
"저녁 하늘이 시를 쓰다/ 땅에서/ 하늘에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삼월 하늘 우러르는/ 죽은 허공에도 수혈을 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3월에―참회록' 전문)
"겨울 밤하늘이 시를 쓰다/ 잠들지 않은 별들은 시가 될 것이다/ 적막강산의 눈이 멀었다/ 서쪽 하늘 연꽃의 미소는/ 별들의 노래를 한 장씩/ 한 장씩 넘길 것이다/ 늦게 오는 새벽은/ 시인이 될 것이다" ('밤하늘이 시를 쓰다―서시' 전문)
서정시학. 138쪽. 1만1천원.
▲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런던을 산책하고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 6편을 엮었다.
런던 부두에서 시작한 산책은 옥스퍼드 거리와 하원 의사당을 지나 주택가 골목에 닿는다. 옥스퍼드 거리의 현란한 진열대에서 진화하는 근대도시의 생리를 읽어내고 의회에서 민주주의의 두 얼굴을 관찰한다.
정은문고. 이승민 옮김. 128쪽.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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