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기도 전에 져버린 트럼프-푸틴 브로맨스

입력 2017-04-13 17:20
꽃 피기도 전에 져버린 트럼프-푸틴 브로맨스

트럼프 "짐승을 돕냐"…푸틴 "신뢰 악화"

내통설 위협받은 트럼프 푸틴과 결별하는듯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한때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숙적 미국과 러시아간 '신(新) 밀월'을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로 끝내 파경을 맞았다.

미국이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다며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를 전격 폭격한 이후 두 정상은 거친 비판을 주고받으며 갑자기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미국은 이번 폭격에 앞서 러시아 측에 미리 통보하고 러시아군이 있을 수 있는 구역에는 폭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것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국제법 규정을 위반한 주권국에 대한 침공"이라고 즉각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잖아도 어려운 상태에 있는 미-러 관계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며 신냉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가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던 푸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폭스비즈니스뉴스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에 대해 '짐승', '악인' 등의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면서 "푸틴은 악랄한 사람을 지지하는데 이는 러시아, 세계, 인류에 매우 나쁜 일 같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전 미국 행정부 때보다 미·러 관계가 오히려 악화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실무 관계에서의 신뢰 수준, 특히 군사분야에서의 신뢰 수준이 더 좋아지지 않았으며 어쩌면 더 악화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대선전에서는 물론 취임 이후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호감을 보이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아마도 역대 최악인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와 푸틴의 브로맨스가 진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끝났다.", "시리아가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를 사실상 끝장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 첫 전화통화 때까지만 해도 순조로워 보였다. 양국은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 격퇴전 등 양자·국제현안에서 협력관계를 증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관계복원의 기대감을 키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전부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이어가면서 러시아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 의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 여러 현안에서 러시아 측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특출나고 재능있는 인물"이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휘말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푸틴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떨어뜨리고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돕기 위해 해킹을 통한 대선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분석한 미 정보기관의 기밀해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인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총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등 측근들이 러시아와의 '내통' 논란 속에 잇따라 낙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심대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반(反)이민 행정명령' 제동과 오바마케어(현행 건강보험법) 폐기 무산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그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이번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악재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친(親)러시아 이미지를 벗기 위한 다목적 반전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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