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일성 생일선물은 여명거리…남은 선물 보따리는 핵?

입력 2017-04-13 16:50
수정 2017-04-13 17:50
北김일성 생일선물은 여명거리…남은 선물 보따리는 핵?

"김정은 집권 5년 맞아 핵·경제 병진 성과 자랑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를 위해 준비한 올해 '생일선물'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여명거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음에 꺼내 들 '선물 보따리'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이틀 앞둔 13일 김정은과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준공식에는 북한이 초청한 외신기자들도 대거 참석해 여명거리의 전경을 전 세계로 송출했다.

김정은은 자신의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인 여명거리를 김일성 주석을 위한 생일선물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올해 1월 말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여명거리 건설을 태양절(김일성 생일)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여명거리 건설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재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체 조선의 막강한 국력의 일대 과시"라고 강조했다.

할아버지의 105주년 생일을 맞아 할아버지가 세우고 아버지 김정일을 거쳐 자신이 물려받은 북한의 이른바 '국력'을 만방에 과시하는 것이 김정은의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할아버지를 위해 여명거리 외에 또 다른 '생일선물'을 준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다음 해인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 무력 건설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김정은 체제의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했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김일성 주석이 1962년에 제시한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모방한 정책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계기로 세습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기 위해 집권 5년간 이룩한 핵·경제 병진 성과를 과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여명거리 완공을 통해 경제건설 성과를 공개한 만큼 이제 남은 김일성 생일선물은 핵 무력 건설 성과"라며 "어떤 식으로든 핵·미사일 개발 성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 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3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을 분석,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도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 장비를 갱도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일성 생일인 15일 오전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고 중국 내에서도 대북제재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인 핵실험만큼은 유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며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것도 직접적인 도발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당장 꺼내놓기는 부담스러운 카드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열병식을 포함한 다른 방식으로 '핵 무력 건설 성과'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현재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하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핵·미사일 개발 성과를 과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명거리 준공식에서 연설한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가 "여명거리 완공은 100개의 핵탄두를 합친 것보다 더 위력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미중 압박 상황을 고려, 여명거리 준공식으로 핵실험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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