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불지르고 아버지는 말리고…법원, 20대 아들 중형
주차·흡연 갈등 빚던 이웃 건물에 불 질러 6억여원 피해…배상명령
"피해복구 노력 안해…아버지가 추가피해 막기 위해 노력한 점 고려"
(서울=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아들이 지른 불을 아버지가 끄려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노력했지만, 불은 크게 번졌고 결국 아들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질러 7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상)로 기소된 조모(25)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 6억원을 지급하고 피해자 5명에겐 치료비·위자료 각 300만원씩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소송촉진 특례법상 법원은 특정 범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아울러 그 밖의 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액 합의가 이뤄지면 배상명령을 내릴 수 있다.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복구와 권리 구제를 위한 조처다.
요리사로 일하던 조씨는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시께 술에 취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은평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 재활용 상자 더미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불붙은 상자를 건물 주차장의 차량 아래로 밀어 넣어 방화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불이 붙은 차가 폭발해 근처 10대의 차량으로 불이 번진 것은 물론 주차장 천장과 외벽을 타고 올라가 5층짜리 건물 전체가 타버렸다.
이 화재로 6억1천800만원가량의 복구비가 발생했고 건물에 있던 주민 7명이 화상으로 다쳤다.
조씨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씨가 처음 불을 붙였을 때 이를 발견한 조씨 아버지가 불을 끄려고 상자를 다른 곳을 옮겨놨지만, 조씨는 부친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상자를 차량 아래로 옮겨 고의로 불을 낸 점이 재판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씨 아버지는 불이 나자 이웃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피해를 막으려고 애쓰기도 했으나 아들의 행동으로 허사가 된 셈이다.
재판부는 "조씨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입주민과 그 인접 건물 입주민들은 주차나 흡연 문제로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조씨도 이에 불만이 있었고 이런 불만이 범행의 일부 동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는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조씨 아버지가 사건 직후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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