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갸웃하게 만든 힐만 SK 감독의 용병술
마무리 서진용 실패에도 중용…끝내기 기회에도 대타 카드 꺼내지 않아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SK 와이번스가 연장 12회 승부 끝에 2-1로 승리한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사실 쉽게 끝날 수 있는 경기였다.
SK는 이날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홈 경기에서 8회까지 1-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선발 메릴 켈리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켈리는 8이닝 동안 개인 최다인 삼진 11개를 솎아내며 6피안타 1볼넷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8회까지 투구 수는 101개로, 완봉까지 노려볼 수도 이었다.
2015년부터 한국 무대에서 활약한 켈리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는 지난해 9월 17일 문학 NC 다이노스전에서 기록한 127구였다.
마지막 한 이닝, 또는 적어도 한두 타자 정도는 맡겨도 될 정도로 투구 수에 여유가 있어 보였으나 9회초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택은 서진용이었다.
올 시즌 새로운 마무리로 낙점받은 서진용은 앞선 3경기에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으로 불안했다.
불과 1점 차 승부였고, 3번 앤디 번즈부터 시작하는 롯데의 중심 타선이었다.
마무리 경험이 일천한 서진용은 번즈를 상대로 공 2개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으나 계속해서 공이 커트 당하며 피 말리는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번즈가 10구째 공을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서진용은 이대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최준석,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켈리의 올 시즌 첫 승리도 날아갔고, 연장 12회까지 승부가 이어진 빌미를 제공한 실점이었다.
힐만 감독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장면은 또 있었다.
SK는 연장 10회초 2사 만루에 이어 11회말 또 한 번의 만루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박승욱. 연장 11회초부터 유격수 대수비로 투입된 박승욱은 이전까지 만루 기회에서 6타수 무안타였다.
대타 카드로 KIA 타이거즈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포수 이홍구가 있었지만, 힐만 감독은 박승욱을 바꾸지 않았다.
물론 박승욱을 교체할 경우 유격수 없이 12회초를 맞을 위험이 있었지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였다.
박승욱은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고, 뒤이어 노수광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연장 12회말 베테랑 박정권의 2루타에 이어 최정의 끝내기 안타로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SK팬들에게는 연거푸 허탈함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힐만 감독은 KBO리그 역대 사령탑 중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는 1990~2001년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과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선수 육성 디렉터를 맡았다.
2003~2007년에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 감독을 맡아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 2007년 준우승을 이끌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2008~201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지냈다.
선진 야구를 경험한 사령탑답게 수비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SK의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능할지는 모르나 아직 세밀한 야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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