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승' 임기영 "선발 등판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한 이닝 한 이닝, 열심히 던지는 것만 생각"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경기가 끝나자 KIA 타이거즈 투수들이 임기영(24)의 머리에 하얀 로진 가루를 뿌렸다.
연신 머리를 털어내면서도 임기영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임기영의 '생애 첫 선발승'을 기념하는 의식이었다.
임기영은 1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를 내주고 3실점(1자책)했다.
야수의 실책 탓에 고전했지만, 5이닝을 채우며 선발 요건을 갖췄고 타선이 힘을 내 8-4로 승리하면서 임기영에게 첫 선발승을 안겼다. 개인 통산은 3승째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두산이었다.
그는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3년 5월 17일 대전 두산전에서 2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승(구원승)을 거뒀고, 2014년 5월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날은 임기영의 두 번째 선발 등판일이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6일 수원 kt wiz전에서 임기영은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를 놓쳤다.
임기영은 "그땐 처음 선발로 나서 6이닝을 던진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두 번째 등판에서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냈다. 선발승을 거두고 싶었다.
2-1로 앞선 3회 KIA 우익수 이명기의 포구 실책으로 동점을 내주고 1사 1,2루 위기에 몰렸을 때 임기영은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고 오재일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역전을 막았다.
4회 1사 2루에서 포수 김민식의 패스트볼로 주자에게 3루를 허용하고, 허경민의 3루 땅볼로 2-3 역전을 허용했을 때도 "추가 실점을 막자"고 자신을 다스렸다.
임기영은 그렇게 5이닝을 채웠고, 6회초 KIA가 역전에 성공하며 간절히 바라던 선발승을 챙겼다.
경기 뒤 만난 임기영은 "구원승과는 기분부터 다르다. 경기 시작부터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경기 절반을 책임지고 얻은 승리라 더 짜릿하다"고 웃었다.
사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도 구원 투수로 시즌을 준비했다.
임기영은 "나조차 내가 선발로 등판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김기태 KIA 감독이 임기영에게 선발의 중책을 맡겼다.
임기영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겠나. 한 이닝 한 이닝 열심히 던지려고만 한다"고 했다.
KIA는 2014년 12월 11일 송은범의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임기영을 지명했다.
당시 임기영은 상무 입대를 앞둔 상황이었다. 2시즌 동안 임기영을 활용할 수 없단 걸 알고도 KIA는 임기영을 택했다.
KIA의 기다림은 이날 승리로 보상받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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