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속도로 주변 술판매 금지…호텔·요식업계 '대란'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고속도로 주변 500m 이내 호텔과 식당에서 술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업계가 '대란'을 겪고 있다.
12일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시민단체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주 정부와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변 500m 이내에는 주류 판매점 영업허가를 내줄 수 없으며 영업 중인 주류 판매점도 올해 3월까지만 영업하도록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후 몇몇 주 정부가 주류 판매점 영업중단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청원을 내자 지난달 31일 이를 기각하면서 이달 1일부터 시행하는 술 판매 금지가 주류 소매점뿐 아니라 같은 범위에 있는 호텔과 식당 등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대상을 확대했다.
대법원은 "(술이) 눈에 보이면 (음주 운전) 유혹을 받게 된다"면서 이번 결정이 음주 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진입로를 제외하면 일반 도로와 완전히 차단된 한국 고속도로와 달리 인도 고속도로는 상가 등이 있는 일반 도로와 접한 구간이 많아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자들이 원한다면 술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주류 판매 금지 조치가 호텔과 식당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이들 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인도 서부 관광도시인 고아 한 곳에서만 술집과 식당, 주류 판매점 3천 곳이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수도 뉴델리와 위성도시 구르가온을 잇는 48번 고속도로 옆에 있는 웨스틴 호텔, 릴라 호텔 등 5성급 호텔들도 모두 1일부터 호텔 식당 내 술 판매를 중지했을 뿐 아니라 객실 내 미니바에 있던 주류를 모두 치웠다.
주류 판매 감소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일부 주 정부는 판매 금지 범위를 줄이거나 호텔 등 업종은 판매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다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방 정부는 고속도로 주변 식당 밀집 상가의 출입구를 변경해 고속도로와 거리를 500m 이상 떨어뜨리거나 주 정부 관리 고속도로를 지방도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 내 40여 곳에 체인을 둔 맥줏집 '비어 카페'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인도 요식업 협회 명예 사무총장을 맡은 라훌 싱은 미국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요식업계의 연간 매출이 100억 달러(11조 4천억원)는 감소할 것"이라며 "규제가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미래 투자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