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천재해커' 대만 최연소 장관의 IT 정책관은?(종합)

입력 2017-04-12 18:23
'트랜스젠더 천재해커' 대만 최연소 장관의 IT 정책관은?(종합)

첫 방한 탕펑 장관 "IT로 '포용하는 사회' 만들어야"

"정부 역할은 규칙 이해하도록 돕는 것…민간 의견 경청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부모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게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시대 민간은 이미 공공 부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한한 탕펑(唐鳳·36·영어명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정무위원(한국의 국무위원에 해당)은 12일 열린 정부(open gorvernment)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탕펑 위원은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의견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규칙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이 규칙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탕펑 위원은 DDP에서 열린 국제 해킹 방어 대회 '코드게이트 2017' 기조연설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해커 출신으로 유명한 탕 위원은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25세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대만 행정원 사상 최연소·최저학력으로 서열 9위의 정무위원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탕 위원은 취임 후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국민 참여 정책을 펼쳐왔다. 주요 업무는 디지털 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다.



탕 위원은 "민간 부문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많이 바뀌었지만, 공적 부문은 여전히 변화가 느리다"며 "변화를 위해서는 관료주의적 문화를 바꾸고,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부문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장관이 되고 가장 처음 한 일도 사무실 컴퓨터에 보안 시스템을 설치한 뒤 화이트 해커를 사무실로 초대해 시스템을 테스트한 것이다. 화이트 해커는 민·관 영역에서 활동하는 보안 전문가를 말한다.

탕 위원은 "화이트 해커들이 보안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부처를 만들 예정"이라며 "능력 있는 기업인들도 보안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탕 위원은 장관직을 맡기 전에는 대만에서 천재 핵티비스트(정치·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해커)이자 인터넷 창업가로 유명했다.

그는 12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해 16세에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며, 이후 '펄'(PERL)이라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기여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애플, 벤큐 등 대기업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공정책 토론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탕 위원은 "오픈 소스 운동은 IT를 이용해 전에는 포용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정부 업무도 투명하게 진행해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장관 취임 후 'PDI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누리꾼들로부터 일대일로 질문을 받고 있으며, 24시간 내에 답을 준다. 대화는 모두 공개되며, 업무 회의록도 공개한다.

탕 위원은 "학교에서의 컴퓨터 교육도 모르는 사람과 협업이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펜과 종이를 사용하던 시대처럼 고립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의 정의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게 사실"이라며 "바이러스나 전염병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충분한 숙고 과정을 거치면 아무 생각 없이 '공유' 버튼을 누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언론은 사실이 더욱 쉽게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탕 위원은 간담회 후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추진해온 열린 정부의 역할과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코드게이트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와 코드게이트보안포럼이 주관하는 행사로, 13일까지 진행된다.

13일에는 미국 인공지능 컴퓨터 간 해킹 대회 'CGC(Cyber Grand Challenge)'의 운영자 티모시 비다스가 해킹 자동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앞서 열린 해킹 방어 대회 예선에는 84개국에서 6천240명이 참가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부에서는 미국의 PPP팀이 우승해 미래부 장관상과 상금 3천만원을 받았다. 19세 이하 주니어부에서는 오우진(청주 운호고) 군이, 대학생부에서는 EIP 0X414A4F55(아주대)팀이 우승해 각각 상금 500만원을 차지했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