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 고향에 안식'…퇴역 울산함, 고래특구 장생포 전시
'국산 1세대 전투함' 침실·함교·레이더 등 원형 보존…18일 일반 공개
1980년 당시 '국내 방산기술 집약' 평가…"안보 중요성 배우는 관광시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거친 바다에서 영해 수호 임무를 마친 '노병'은 고향 바닷가에 고요히 올라앉았다. 다만, 그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노병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34년간 영해를 지키고 퇴역한 국산 1세대 전투함 '울산함'이 고향인 울산의 장생포에 전시됐다.
울산함은 1980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최초 호위함으로 길이 102m, 너비 11.5m, 높이 23m, 총 무게 1천890t에 달한다.
해군으로부터 울산함을 임대해 전시를 앞둔 울산시 남구는 12일 취재진에게 배를 먼저 공개했다.
바다가 아닌 육상에 거치된 영향인지 육안으로 확인한 울산함은 예상보다 훨씬 웅장했다. 울산함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옆 해안부지에 자리 잡았다.
전투함 내부는 가능한 한 사용 당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됐다.
선박 보존을 위해 기관실과 일부 격실 등이 폐쇄됐지만, 관람객이 재미를 느낄 만한 격실은 모두 구경할 수 있도록 동선이 짜였다.
승조원 침실, 레이더 등으로 전술정보를 분석하는 전투정보실, 소리로 적이나 자연물을 탐지하는 음탐실, 함장이 작전을 지휘하는 함교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특히 음탐실에서는 적이 쏜 어뢰의 접근을 탐지하는 소리, 고래 울음소리 등을 들어볼 수 있다.
울산함 역사·의미·건조과정 소개, 설계자와 근무 해군 인터뷰 영상, 역대 함장 등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외부 갑판으로 나오면 실물을 그대로 재현한 대공레이더, 76㎜와 30㎜ 함포, 폭뢰 등의 무기도 볼 수 있다.
울산함 전시를 담당하는 남구도시관리공단은 포항함 함장 출신인 해군 예비역 중령 엄기득씨를 관리함장으로 채용, 울산함 관리를 맡겼다.
울산함은 오는 18일 준공식을 열고 일반에 공개된다. 이달 말까지는 무료 개방되며, 5월 초부터 성인 1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울산함은 건조 당시 가스터빈 2대와 디젤엔진 2대를 장착해 최고 36노트(시속 66㎞)로 고속기동할 수 있어 우리나라 방산산업 기술이 집약된 전투함으로 평가받았다.
76㎜와 30㎜ 함포 각 2문과 대함미사일 하푼, 자동사격통제장치, 음향탐지기(소나) 등의 장비를 탑재해 대함, 대공, 대잠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
울산함이 진수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건조한 전투함정은 무게가 200t에 못 미치고, 길이가 37m에 불과한 고속정 정도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형 함정 건조 경험이 없던 해군은 설계를 외국에서 사들여 구축함을 건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우리 힘으로 한국형 호위함을 설계·건조하기 위해 1977년 해군 기술진 주도 아래 현대중공업과 국내 조선 기술진이 기본설계에 착수, 1978년 12월 기공식을 갖고 착공했다.
1980년 4월 8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이 열렸으며, 그해 12월 30일 해군에 인계됐다.
전력화 후 채 2년이 되기 전인 1983년 4월 9일 제주 동방 해상에서 침몰한 제1마산호 선장 등 7명을 구조했으며, 그해 12월 3일 다대포 해안 침투 간첩선 대응작전에서 간첩선을 격침하기도 했다.
34년간 영해를 지킨 울산함은 2014년 12월 퇴역했다.
이 소식을 접한 남구는 울산함을 장생포에 전시하고자 해군본부와 실무협의에 착수, 무상대여 계약을 체결했다. 그 자체로 구경할 만한 관광시설로 손색이 없는 데다 울산의 조선업체가 건조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구는 선체 수리와 도색을 마친 울산함을 지난해 7월 장생포 해양부지에 끌어올려 내·외부 전시시설을 정비했다. 총 24억원이 투입됐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울산의 조선업체가 건조하고 이름에도 '울산'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전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고래관광지 장생포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투함을 구경하며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시설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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