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 최고인민회의서 줄줄이 자아비판…김정은 따라하기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지난 11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를 비롯한 고위간부들이 연설에서 자책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간부들이 한 '자아비판'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육성 신년사에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인정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박 총리는 노동당 7차 대회와 '200일 전투' 등에서 거둔 성과들만 언급했었다.
하지만 지난 회의때와 달리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경제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와 함께 결함도 거론했다.
박 총리는 연설에서 "지난해 내각사업에서는 결함들도 나타났다"며 "우리 경제지도일군(일꾼)들이 당의 사상과 정책을 끝장을 볼 때까지 관철하기 위한 결사관철의 기풍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의 요구에 맞게 경제조직자적 자질과 실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을 추켜세울 수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의 예산 결산과 집행, 기구 개편과 인사, 경제활동에서의 성과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처럼 간부들이 자기 단위 일꾼들의 능력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발언을 대중 앞에 공개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국가 예산집행 상황을 보고하는 재정상이 이날 회의에서 '자아비판'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설자로 나선 기광호 북한 재정상은 "지난해 국가예산집행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돌이켜보면서 저를 비롯한 재정부문 일군들은 당의 재정정책집행과 나라살림살이를 당과 국가 앞에 전적으로 책임졌다는 높은 책임감과 자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리마 시대에 맞는 옳은 방법론과 묘술을 탐구하지 않고 경직된 사고방식과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가예산집행을 개선해나갈 수 없다는 교훈을 찾게 되었다"고 반성했다.
또 김승두 교육위원회 위원장 겸 보통교육상은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이 실시되었지만, 교원들의 자질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바로 하지 못하여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자책했다.
이외에 장혁 철도상과 리종국 기계공업상 등 14명의 연설자도 자기 단위와 분야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지적하며 지도자를 향해 충성을 맹세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 발언을 계기로 당이 인민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 또 간부들에게는 엄하고 백성에게는 관대하다는 '엄간관민'(嚴幹寬民)의 '애민(愛民)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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