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서 찾는 조화"…베니스비엔날레 韓전시는 '카운터밸런스'

입력 2017-04-12 13:46
"불균형서 찾는 조화"…베니스비엔날레 韓전시는 '카운터밸런스'

이대형 예술감독 "기울어진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 모색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오는 5월 13일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전시 주제가 '균형을 잡아주는 평행추'를 의미하는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로 확정됐다.

한국관 전시를 총괄하는 이대형(43) 예술감독은 12일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시 주제에 대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기울어지고 불균형해진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과 책임을 묻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인데 예술로 어떻게 긍정적인 면을 부각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큰 것과 작은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이 결국은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의 부제인 '돌과 산'(The Stone and the Mountain)에 대해서는 "작은 돌과 거대한 산은 물리적 크기는 다르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즉 불균형 문제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이한 존재들 사이의 조화, 생각의 전환을 이번 전시에서 예술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인 이 예술감독은 한국관 참가 작가로 코디 최(56)와 이완(38)을 선정했다. 그는 여기에 '미스터 K'라는 가상의 노인을 추가해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세대를 구성했다.

이 예술감독은 "경험을 떠올려보면 저 자신과 할아버지, 아버지는 생각이 많이 달랐다"면서도 "생각에 차이가 있는 세대들이 화해와 조화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 세대인 '미스터 K'를 위해 황학동에서 구매한 실존인물의 기록 사진 중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잘 보여주는 1천342장으로 화집을 만들었다.

아버지 세대를 상징하는 코디 최는 1980년대 미국에 이민을 떠난 적이 있어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주제로 한 네온 설치 작품 '베네치아 랩소디' 등 10점을 선보인다.

이완은 자유분방한 아들 세대를 대표한다. 2013년부터 아시아 10개국을 탐방하며 영상 작품을 만들어온 그는 '가족의 내일 아침식사를 위해 오늘 몇 시간을 일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제작한 설치 작품 '프로퍼 타임'(고유시)을 공개한다.

'프로퍼 타임'은 초침이 돌아가는 속도가 모두 다른 시계 670개를 한곳에 모은 작품이다. 각각의 시계에는 답변자 670명의 이름, 직업, 나이, 국가 정보가 명시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작가인 코디 최와 이완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예술감독은 "전시 자금을 모으기가 힘들어 일정이 빠듯해졌다"며 "기업들로부터 현물 협찬을 받기도 했으나, 아직 자금을 다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관 작가 선정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큐레이터 인생상 이렇게 힘들 수도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나쁜 소식은 빠르게 전달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선임큐레이터인 크리스틴 마셀 예술감독이 총괄하며, 전체 주제는 예술 만세라는 뜻의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다.

한국인 중에는 김성환(42)·이수경(54) 작가가 120명(팀)이 참가하는 본전시에 참여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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