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18% '알코올 사용장애'·여성 12% '불안장애' 겪는다
복지부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4명 중 1명 정신질환 경험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 경험 인구 470만명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에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우울과 불안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은 술과 담배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인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이 25.4%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28.8%로 여성(21.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일년유병률은 11.9%로, 약 470만 명이 최근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기분장애인 우울증(주요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5%로, 여성(6.9%)이 남성(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올해 조사에서 처음 추가된 산후 우울증은 성인 여성 10명 중 1명(9.8%)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9.3%였다. 이 역시 여성(11.7%)이 남성(6.7%)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남용하는 등 과다한 알코올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다. 평생 유병률이 12.2%로 나타난 가운데 남성은 18.1%, 여성은 6.4%다.
과다하게 오랫동안 니코틴을 사용해 중단하거나 줄였을 때 부적응 증상이 나타나는 '니코틴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6%)도 남성(10.6%)이 여성(1.4%)보다 훨씬 높았다.
망상이나 환각, 현실에 대한 판단력 저하로 사회생활에 상당한 문제를 겪는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0.5%로 나타났다.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에는 조현병과 관련 장애, 단기정신병적장애가 포함된다.
또 환청이나 환시, 피해망상 등 조현병 증상을 평생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약 1.8%로 나타났으며 그 수는 71만명으로 추산됐다.
이와 함께 성인의 15.4%는 평생 한 차례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며, 3%가 자살을 계획하고 2.4%는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됐다. 자살 생각자의 50.1%, 자살 계획자의 68.7%, 자살시도자의 75.1%는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런 정신질환 유병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연도별 비교를 위해 대상을 64세 이하로 통일한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011년 27.4%에서 2016년 26.6%로 0.8%포인트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장애도 14%에서 13.4%로, 니코틴 사용장애는 7.3%에서 6.5%로, 우울증은 6.7%에서 5.1%로 각각 줄었다.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강박장애,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포함된 불안장애만 8.7%에서 9.5%로 늘었다.
살면서 정신건강 문제로 의사나 상담사, 종교인 등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은 2011년 7%에서 2016년 9.6%로 증가했고,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 중 정신과 의사 등에게 문제를 논의하거나 치료받은 경험도 15.3%에서 22.2%로 증가했다.
다만 이런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캐나다(46.5%, 2014년 기준), 호주(34.9%, 2009년 기준)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연구책임자인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는 "전반적으로 정신질환 유병률이 감소추세인 것은 정신건강 서비스의 이용률 증가로 인한 예방이나 조기치료의 효과 등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선진국보다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이 적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과 서비스 접근성 확보 등 정책적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단위의 정신질환 실태조사는 2001년 이후 5년마다 이뤄지고 있으며, 이번 조사는 지난해 7∼11월 삼성서울병원이 전국 18세 이상 성인 5천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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