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당근과 채찍 제시한 트럼프, 고강도 대북압박 유도할까
대북 독자행동·무역 혜택 트위터 거론…'항모 이동' 행동 먼저
北 이번 주 전략도발 '도박' 여부,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던진 것은 향후 북핵 판도에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제시한 '채찍'은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북한은 문제거리를 찾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돕기로 결심한다면 정말 훌륭한 일이 될 것이며, 만약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북핵 독자 해결의 양태는 최근 일련의 군사적 조치들을 통해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미중 정상 만찬 직후의 시리아 공습,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여 만에 한반도 쪽으로 재출동한 상황 등이 신호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유사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중국의 턱밑으로 전략무기를 수시로 배치할 수 있음을 행동으로 예고한 셈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일본 정부에 했다는 11일 교도통신의 보도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역시 넓은 범위에서 미국의 독자 행동에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가 거론한 '당근'은 무역 상의 혜택이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의 시장경제지위부여 여부,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 등에서 중국을 배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노골적인 양자 택일의 메시지는 미중 외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관심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로 쏠린다. 중국 당국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석탄을 북한에 반환하도록 무역회사에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와 최근 중국 해관(세관)이 북한발 화물 검색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 등은 트럼프발 압박에 대한 중국의 반응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 외교가는 최근 중국이 북한에 도발시 고강도 제재 조치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 앞에서 중국은 심각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가을로 예정된 19차 당 대회 이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대북 기조 전환과 같은 중대한 외교적 결단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하지만 지난 6∼7일 정상회담을 통해 무난하게 출범시킨 트럼프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대북 압박 요구에 성의를 표시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당분간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면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통해 중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도박'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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