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놓친 평범한 내야 뜬공, 눈덩이 돼 덮쳤다
승부처에서 뜬공 놓쳐…도루 저지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실책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닝이 끝나면 승부와는 큰 관계가 없지만, 점수를 내주면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실책을 눈덩이로 비유하기도 한다. 실책 하나가 때로는 그라운드를 계속 굴러다니며 몸집을 키운 뒤 결국은 팀을 덮치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8경기에서 6승 2패를 거두며 시즌 출발이 좋았던 KIA 타이거즈는 한주의 시작인 화요일 경기부터 기록되지 않은 실책 하나가 빌미가 돼 4-16으로 대패했다.
KIA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2회말 먼저 3점을 내준 뒤 3회초 2점을 만회해 2-3으로 뒤진 채 3회말에 들어갔다.
KIA 선발 홍건희는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양의지를 삼진 처리해 급한 불을 끄고 오재일과 상대했다.
오재일이 때린 2구는 내야에 높게 떴고, KIA 포수 한승택과 3루수 김지성은 서로 눈치만 보다 아무도 잡지 못했다.
누구의 글러브에도 맞지 않아 공식 기록은 파울로 남았지만, 사실상 이날 경기 승패를 가른 장면이다.
아웃카운트를 거의 잡았다고 생각한 투수 홍건희는 동료의 실수에 힘이 빠졌고, 반대로 오재일은 구사일생해 다시 타석에서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오재일이 우익수 쪽 2루타로 2루에 있던 김재환을 홈에 불러들여 경기는 두산 쪽으로 급격하기 기울었다.
이후 KIA는 올라오는 투수마다 기세가 오른 두산 타선을 견디지 못하고 무더기 안타를 내줘 대패했다.
KIA 배터리의 도루 저지 능력도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 한승택은 1회 오재원, 3회 김재환·박건우·허경민, 4회 김재호에게 연달아 도루를 허용했다.
두산은 3회 상대의 수비 실책으로 기회를 얻자, 적극적으로 뛰면서 KIA 배터리를 흔들어놨다.
당황한 KIA 투수는 견제와 퀵 모션으로 주자를 묶어두지 못했고, 포수 역시 날카로운 송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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