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대부 윤호진과 스타 웹툰작가 김풍이 까발린 연애의 민낯
창작뮤지컬 '찌질의 역사' 6월 개막…"서툰 남자들의 진심 보여줄것"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 등을 제작하며 한국 뮤지컬계 대부로 불려온 연출가 윤호진과 입담 좋은 방송인으로도 유명한 스타 웹툰 작가 김풍이 대학로 무대에서 의기투합한다.
김풍 작가의 인기 웹툰 '찌질의 역사'(지난 2월 완결)가 윤호진 연출의 손을 거쳐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돼 오는 6월부터 관객과 만나는 것.
이들은 12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캠퍼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무 살 남녀의 사랑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라며 "그 당시에는 너무도 찌질했지만 되돌아보면 찬란했던 시절이 무대 위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찌질의 역사'는 스무살 무렵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서툴고 부끄러운' 연애담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주인공 '민기'는 첫사랑 '설하'를 못 잊어 '설하'라는 동명이인의 여자와만 사귀는 철없고 답답한 인물.
그의 미숙한 첫 연애는 그야말로 참사와 재앙의 연속이다. 고백은 당연히 휴대전화 문자로 전하고, 결정적인 순간엔 '내가 처음인지'를 확인하고, 현재 여자친구가 개명하는 데 전(前) 여자친구의 이름('설하')을 추천하고, 이별하면서는 그간의 데이트 비용 손익을 치열하게 따진다.
이런 민기의 모습에 "속 터진다", "찌질해 죽겠다"는 댓글이 숱하게 달렸지만 이 작품은 매력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화나게 하는 데 있다. 독자들은 민기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의 연애를 추억하기 때문이다.
윤 연출도 이 작품을 뮤지컬로 제작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코믹 웹툰 이상의 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기' 모습이 너무 찌질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다 보면 찡하고 내 예전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며 "대학로에서 올릴 만한 창작 뮤지컬 개발을 수년 전부터 고민해왔는데, 이 작품을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단 재미있고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연애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재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속 한구석이 뻐근해지는 젊은 날의 성장통도 다루거든요. 이걸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음악들과 함께 주크박스 뮤지컬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이야기와 딱 맞는, 그러면서도 귀에 익숙한 가요 명곡들이 감동과 재미를 증폭시킬 겁니다."(윤호진)
김풍 작가도 자신의 웹툰이 뮤지컬이라는 '새 옷'을 입게 되는 것이 무척 설렌다고 말했다.
"웹툰이 짤막짤막한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는 형식이다 보니 어떻게 하나의 드라마를 갖춘 뮤지컬로 재탄생될지 궁금했어요. 걱정 반, 기대 반이었죠. 그런데 완성된 대본을 보니 정말 기발하고 센스가 넘쳐요. 원작자가 연습실을 찾으면 부담이 될 것 같아 조심하긴 하는데, 궁금해서 살짝살짝 연습실에 들를 정도로 기대가 많이 됩니다."
매력적인 남성 스타를 내세운 공연 위주의 최근의 뮤지컬계에서 '찌질한 남자'를 내세운 이번 작품이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남자들의 그 답답하고 서툰 행동들 속에 사실 '진짜 마음'이 담겨있거든요. 그런 이해와 공감의 장을 극장만의 방식으로 제공할 겁니다."(윤호진)
"누군가 이 작품에 대해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을 해주시더라고요. 남이 보기에는 '찌질함'이지만, 본인에게는 '용기'거든요. 나이가 들면 서로 바닥까지 보여줄 일은 거의 없죠. 수위를 노련하게 조절할 줄도 알고요. 그런데 그 어렸던 시절엔 무모함과 진심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무대에서도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김풍)
한편,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오는 6월 3일부터 8월 27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주인공 '민기' 역에는 뮤지컬 배우 박시환, 박정원, 강영석이, 세 명을 '설하'를 연기하게 될 여주인공 역에는 정재은, 김히어라가 캐스팅됐다. 윤호진 연출이 제작 총괄을 맡고, '명성황후', '영웅' 등의 조연출이었던 안재승 연출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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