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기 하나면 '뚝딱'…시중에 '가짜 지폐' 판친다

입력 2017-04-12 06:25
컬러복사기 하나면 '뚝딱'…시중에 '가짜 지폐' 판친다

위조방지시스템 없는 프린트, 범행에 악용…"위조지폐 구분법 숙지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게 쉬울까, 진짜를 가짜로 만드는 게 쉬울까."

인천 세관에 숨겨진 고위층의 '검은돈' 1천500억원을 40분 만에 훔쳐야 하는 금고털이범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기술자들'에 나오는 대사다.

업계 최고 기술자들이 5만원권 위조지폐를 감쪽같이 만들어 내는 장면도 담겼다.



기술은 조악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지폐를 위조해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만원권 지폐 51장을 위조해 이 중 22장을 전북 전주의 마트나 숙박업소에서 사용한 박모(22)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수법은 간단했다. 박씨는 휴대전화 판매장의 컬러복사기를 이용, 5만원권 지폐를 양면복사해 지폐 모양대로 오렸다.

그의 범행은 위조지폐를 받아든 한 마트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을 내렸다.

2015년 8월에는 고등학생 3명이 서울 한 모텔에서 컬러복사기로 5만원권 위조지폐 150장을 만들고, 이 중 45장을 사용하다 경찰서 문턱을 넘었다.

이들은 "영화 속 위조지폐 제조 장면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울산에서는 초등학생 2명이 손수 위조한 1만원권으로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기도 했다.

이들은 A4 용지에 1만원권 앞·뒷면을 출력하고 두 장을 붙여 위조지폐를 만들었다.

이 중 1명은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위조지폐를 자랑삼아 나눠줬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통화를 위·변조하고 사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265건(98명), 2013년 198건(105명), 2014년 154건(79명), 2015년 174건(99명), 2016년 72건(56명)이 적발됐다.

초등학생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폐 위조가 간단해 위조지폐 방지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폐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지폐 위조방지장치는 홀로그램, 가로확대형기번호, 숨은 그림(인물 초상), 숨은 은선·막대 등 13가지다.

5만원권과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의 위조 여부를 공통으로 확인할 방법도 8가지나 된다.

유명 브랜드 컬러복사기와 레이저 프린트 등에는 화폐 위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위조방지시스템(CDS·counterfeit deterrence system)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프린터 중 CDS가 장착돼 있지 않은 제품들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 발생한 대다수의 지폐 위조 범죄는 CDS가 없는 프린터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프린터 제작사가 워낙 많고 제품도 다양하다 보니 모든 기기에 CDS를 설치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는 유명 브랜드의 복사기나 복합기에만 CDS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린터로 지폐를 인쇄한다고 해도 홀로그램, 지폐를 빛에 비추면 드러나는 숨은 그림 등은 복제할 수 없다"며 "지폐를 자주 주고받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위조지폐를 구분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