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의 北 선제타격 비현실적…국지적 충돌은 우려"

입력 2017-04-11 16:42
수정 2017-04-11 17:06
전문가 "美의 北 선제타격 비현실적…국지적 충돌은 우려"

"北과 시리아 달라…선제타격시 주한미군 포함 막대한 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승욱 이상현 지성림 곽명일 기자 =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11일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주한 미군과 시민, 동맹국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대형 도발을 하기보다는 숨을 고르면서 미중 정상회담 이후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서해나 비무장지대 등에서 남북 간 국지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중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 미중이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에 왔고, 조만간 북한도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현재 무력시위를 하는데, 정말 북한을 때리려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때리면 북한이 (그 대응으로) 주한미군만 골라서 공격해도 어마어마한 희생이 뒤따를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현재 중국은 북한에 가서 모라토리엄(연기·유예) 하라고 설득하고, 미국은 무력시위를 하면서 뒷받침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결국, 미중이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려는 정책을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중이 각자 가는 모양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방식 측면에서 합의점은 이루지 못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중대한 위협이고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합의를 이뤘다. 이제 실무진 입장에서 이른 시일 내 효과를 보려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라토리엄 시켜서 대화를 끌어내려는, 과거와 다른 차원의 대화로 끌어내려는 게 미중 양국이 공유하는 대북 정책 아닌가 싶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럴 경우 진짜 (미국이) 중국을 세게 압박해서 송유 파이프라인을 잠그게 하는 등 강경으로 갈 것이다. 일단 현재로썬 최후의 노력을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예측이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숨 고르기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빨리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대북 선제타격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속 실험할 수도 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선제타격은 말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단 한국과 중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동의가 나올 수 없다. 전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단적으로 한국에 있는 미국 국적자나 시민권자가 20만~30만 명에 달한다.

시리아와 북한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북한의 반격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행동까지 감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으로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은 자기네 해상 경계선 안에서 했다고 할 것이고 우리는 도발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상당한 군사적 갈등이 촉발될 수는 있다. 또는 목함지뢰 사건에서도 봤지만 휴전선에서 우발적,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져 현재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국면이 심각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당장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면서 대화의 소재도 찾으려는 흐름에 완전한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당분간 호흡 조절을 할 것 같다.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한국에 왔는데, 북한은 중국 입장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역설적으로 미중 간 갈등을 촉발하는 차원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좀 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미중이 향후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까 보면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게 예전보다 강하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할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을 반대하는 기조다. 북한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선제타격 같은 극단적인 조치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칼빈슨호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고 선제타격 운운하는 것 등은 그만큼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이 별로 없다는 의미라고 본다. 이미 다 하고 있어서 새로운 게 있을 수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을 하려니까 중국을 압박할 수는 있지만, 자본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고 일자리 측면에서 미국의 손실이 크다. 미국이 말은 뱉어놨는데 주워담을 수 없는 상황이다.

1994년도에도 선제타격 이야기가 나왔다. 외과 의사가 수술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게 수술 이후 환자의 후유증이다. 선제타격도 가장 우려할 게 전면전 확산 가능성이다. 주한미군이나 한국에 있는 미국인부터 소개(疏開)해야 한다. 결국, 미국도 (북한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선제타격을) 구체화할 가능성은 작다.

다만, 이런 측면은 있다. 지금처럼 주변국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불신이 팽배할 때는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이 국지전으로 발전할 확률은 언제든 있다. 대화 채널도 없고 최첨단 무기가 서로를 겨누고 있다. 그러면 충돌 가능성은 높다. 그에 대해 언제든 대비는 해야죠.

남북 간 오가는 길목도 없고 대화 채널도 없고 불신만 팽배하다. 결국, 150마일 비무장지대 경비 지역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국지전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의도된 공격보다도 오해에서 비롯되는 그런 충돌이 우려스럽다.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이번에 칼빈슨호가 오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의도가 크다고 본다. 또 당장은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하기도 어렵다. 주한미군과 한국, 특히 서울이 북한의 핵, 화학 무기의 인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때려야 할지 표적 식별 등에 대한 준비도 덜 돼 있을 것이다.

현재 얘기하는 선제타격은 실제는 예방적 타격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선제타격은 적이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면 쏘기 전에 먼저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짧은 시간 내에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대단히 낮다.

예방적 타격은 나중에 하는 것보다 지금 조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표적 위치를 확인하고 시뮬레이션도 해보면서 준비를 많이 한 뒤 감행하는 것으로 성공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북한 핵시설과 장비, 화학무기 등에 대한 표적 정보를 다 갖춰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예방타격을 통해 북한 핵시설과 무기를 모두 없앤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북한의 반격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미국에만 맡겨두지 말고 실제 (선제타격, 예방적 타격) 실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우리 군도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얘기하고 있지만,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즉, 대화도 옵션에 들어간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얘기하면서 과거에는 선제타격을 언급조차 안 하다가 지금은 이런 옵션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여러 개 중 하나의 옵션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특히 언론이 과도하게 선제타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미국은 선제타격을 특별히 강조한 적이 없다. 그냥 여러 가지 중에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북한과 독자적으로 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과 대화나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공격하겠다'는 말로 해석해버리는 것 아니냐.

미국의 불분명한 자세도 문제지만, 미국의 불분명한 뉘앙스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우리 쪽에 더 문제가 있다.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 쪽으로 다시 왔지만, 그렇게 한다고 선제타격이 가능한가. 항공모함이 선제타격하기 위해서 있나.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한반도 전쟁설' 지라시가 도는데 (특정세력이) 자신들의 안보 무능을 덮으려고 장난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위기는 '만들어진 위기', '조작된 위기'라고 본다. 실제 위기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시리아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했으니 북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북한이 자기 내부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다고 (미국이)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한미동맹을 끝내자는 얘기다.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북한이 도발해도 저강도 도발할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 미국이 격추한다고 하니 세게는 못할 것이다. 도발하더라도 단거리 미사일로 해 '우리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겠나.

그렇게 저강도로 도발하면 체면도 살리면서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자제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렇다고 (아무 도발도 안 하고) 그냥 지나가기에는 (김일성 생일·북한군 창건일 등) 많은 행사가 있다.

미국이 북한을 먼저 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야 명분이 서는데, 단거리 미사일로는 부족하다.

전면전은 수십 만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조치를) 하더라도 미사일 날아가는 거 격추하는 정도일 것이다. 아니면 항공모함을 원산 앞바다 쪽으로 밀고 가서 무력시위하는 정도다.

일단 비핵화가 중요하니 (미국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