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립해사고 난관…"해양 마이스터고 지정 추진"
국립·정부주도 안 되면 지역 예산부담 커져 '어려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 성산고를 해사고로 전환하려는 제주도교육청의 계획이 난관에 빠졌다. 도교육청은 부산·인천 해사고처럼 100% 국비 지원을 받는 '국립'을 바라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며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제주해사고 설립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가운데 도교육청은 우선 성산고를 해양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가시밭길이다.
11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현재 제주해사고 설립 등 해사고 개편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신규 해양인력 소요에 따른 국립해사고 개편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제주해사고를 국립 또는 공립으로 추진하는 방안 두 가지에 대해 설립·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방안을 검토하게 돼 있다. 예산지원을 포함해 도교육청과 도의 역할도 제시하도록 하는 등 지역의 예산부담에 대해서도 검토하도록 했다.
도교육청은 앞서 2015년 용역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성산고를 국립해사고로 전환해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했다.
이후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까지는 순탄하게 이뤄졌지만,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에서 조선·해운업 불황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해양인력 수요 등 제주해사고 필요성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해수부가 이번 용역에 들어갔다.
해수부 용역은 오는 8월 중간보고 후 연말께 최종 결과가 나올 전망인 가운데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앞서 부산·인천 해사고를 방문하고 정세균 국회의장, 국회의원, 도의회 등에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했다.
도교육청은 용역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성산고의 해양분야 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 특수목적고) 지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마이스터고는 정부주도형 또는 지자체주도형으로 추진할 수 있다. 부산·인천 해사고도 정부주도형 마이스터고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해수부) 또는 지자체(제주도)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략 기숙사 건립 등 개교준비금 50억원, 실습선 건조 250억원, 학교 운영비 등이 필요한데 예산부담 문제가 있다.
마이스터고 지정을 위해서는 교육부 심의를 거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도 설득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은 해운업계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성산고를 해양인력 양성 학교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가고 있다"며 "다만 지역에서 추진하기에는 예산부담이 커서 정부 지원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고의 국립해사고 전환은 이 교육감의 제1공약인 고교체제개편의 핵심 사항 중 하나다.
교육감 취임 후 2014년 10월께 성산고 동문과 지역 주민, 도교육청이 뜻을 모아 성산고를 국립해사고로 전환해 침체 위기에 몰린 학교를 살리자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도교육청은 전국적으로 해기사 등 해양인력이 모자란 상황인 데다가 제주는 해양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용역을 거쳐 지역사회와 함께 성산고의 국립해사고 전환을 해수부에 요청했고, 2015년에 관련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그 뒤로 답보 상태다.
애초 2017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다가 2018년으로 1년 늦춰졌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현재 해사고는 전국에 부산과 인천 등 2곳뿐이다. 이들 해사고는 교육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며 졸업 후 진로도 보장돼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ato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