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년내 美 타격능력 보유" 게이츠 前국방 예언 주목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지난 2011년 중국에서 이뤄진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의 북핵 위기 예언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게이츠 전 장관의 발언 이후 6년여가 지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칼빈슨 핵항공모함이 서태평양으로 북상하고 대북 선제타격론이 비등해지며 한반도는 그간 축적됐던 모순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게이츠 전 장관은 2011년 1월11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5년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해 알래스카나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북한이 ICBM을 손에 넣게 될지라도 그들은 매우 제한적인 능력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갑작스럽고, 근거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발언 배경을 놓고 중국을 상대로 한 대북제재 압박용, 또는 삭감된 미국 국방비 보전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선 북한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데 10년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게이츠의 예언대로 5년여가 지난 현재 북한은 막바지 핵 개발 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5년여의 기간에 북한은 5년여간 3차례의 핵실험과 함께 장거리 로켓, 잠수함 탄도미사일 성능을 지속해서 높이면서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ICBM 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의 위성 등을 통한 앞선 정보분석 능력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장기적 안목의 정책 추진이 적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핵 개발 의지와 능력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던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입안하고 그 인내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포함한 어떤 옵션도 배제치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중국을 무마시키는 한편 북한의 자연적인 의지 쇠퇴를 기대하며 '전략적 인내'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이 당장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이 정책을 끄집어낸 배경이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인내'에 주어진 시간을 5년으로 봤다.
결국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한 뒤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며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은 이후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리아 공습을 통해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내비치며 칼빈슨 항모전단을 한반도로 이동시켰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미국의 지난 5년 기간은 북한의 태도 변화만 기다린 것이 아니라 결국엔 대북 군사행동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중국을 상대로 명분을 축적해온 기간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틸러슨 장관의 CBS방송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핵 문제가 행동을 취해야 할 수준의 위협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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