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보다 비싼 테슬라 키운 머스크, 야망은 우주만큼
테슬라 13년만에 美자동차 시총 1위로 키워…'화성 식민지' 꿈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이민자가 세운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업체가 100년 넘은 디트로이트의 전통적 라이벌들보다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되는 데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10일(현지시간) 주가가 3.3% 상승 마감해 시가총액이 510억 달러로 GM(509억 달러)을 근소하게 넘어 미국 자동차 시가총액 왕좌에 올랐다. 지난주 포드를 앞지른 다음 GM마저 따돌린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3년간 19억 달러의 손실을 냈지만, 월스트리트는 테슬라의 미래에 베팅하고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잇따라 세운 회사 3개 가운데 하나다. 이들 업체는 갑작스러운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테슬라는 첫 차량 출시 시기도 여러 차례 미뤘다.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스페이스X의 로켓은 처음 3차례 발사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이들 업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거의 파산 지경까지 갔었다.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닷컴 버블 때 미국으로 건너가 Zip2라는 회사를 세운 데 이어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을 공동 창업했다. 페이팔 매각으로 돈방석에 오른 그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태양광 패널업체 솔라시티를 잇따라 창업했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머스크는 궁지에 몰렸다.
테슬라는 차량 생산 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지속가능한 에너지 복합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며 솔라시티를 합병했지만 과욕을 부린다는 우려를 낳았다.
게다가 테슬라의 부분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이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해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차량 안전성에 대한 경계도 커졌다.
지난해 스페이스 X의 로켓 폭발로 테슬라 주가까지 덩달아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올해 1분기 2만5천대가 넘는 차량을 팔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많은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럭셔리 전기차 업체로 유명한 테슬라는 올해 말 3만5천 달러짜리 보급형 차량인 모델 3을 출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큰 기대 속에 테슬라 주가는 최근 1개월 만에 28% 올랐다.
테슬라는 자금 압박을 받았지만 최근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일단 숨통이 트였다.
머스크의 전기인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를 쓴 비즈니스위크 기자 애슐리 반스는 10일 복스(Vox)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자동차의 아이폰이 될 기회가 있다. 전기차만이 아니라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놀랍다"고 했다.
반스는 다만 테슬라가 BMW와 아우디 등 라이벌의 추격을 물리치려면 후속 모델이 너무 지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스페이스X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미국 자동차 시총 1위 기업을 일궈냈지만, 그의 꿈은 훨씬 먼 곳을 향하고 있다.
머스크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야망이 있다.
머스크는 2022년부터 인류를 화성에 보낼 것이라고 지난해 밝혔다. 지난달에는 2018년 말까지 우주여행자들을 달 근처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주 처음으로 재활용 로켓을 쏘아 올려 우주항공 역사에 금자탑을 세웠다. 머스크는 로켓을 회수해 다시 쓰는 방식으로 우주탐사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려 한다.
반스는 "스페이스X가 화성까지 갈 로켓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스페이스X에서 머스크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우주탐사의 꿈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열정적인 CEO가 많지만, 머스크에게 일은 "죽기 살기의 싸움과 전쟁의 중간쯤"이라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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