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결 약화된 대선…'캐스팅보트' 충북 존재감 줄어드나
각 정당 지역 선대위 구성도 못해…후보자 방문도 뜸해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전체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불려왔다.
특히 영남과 호남의 지역대결 양상을 보여온 대선 때 마다 '중원'인 충북이 어떤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판세가 결정돼 이 지역 표심에 관심이 쏠렸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충북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당선됐음이 입증된다.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국 득표율 51.6%를 올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48.0%)를 3.6%포인트 앞섰지만, 충북에서는 박 후보(56.2%)가 문 후보(42.2%)와 14%포인트로 격차를 벌렸다.
득표수로 따지면 충북에서 박 후보(51만8천442표)가 문 후보(38만8천907표)보다 11만8천538표를 더 얻었다.
이는 양 후보의 전국 표차(108만496표)의 11%에 달한다. 충북의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북이 박 후보 당선의 '일등 공신'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투표 결과는 이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소 '싱거운 승부'가 됐던 17대 대선에서 충북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고, 새천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6대 대선 때도 두 후보 간 전국 득표율 격차는 2.3% 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충북에서는 노 후보가 7.5% 포인트를 앞섰다.
15대 대선 때도 역시 충북에서 승리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런 결과 때문에 충북은 역대 선거에서 당락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민심의 풍향계'로 불렸고, 후보들과 각 정당의 유력 인사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등 유권자 수에 비해 상당한 공을 들이는 표밭이었다.
치열한 득표 경쟁으로 대선 때만 되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마치 자신의 선거를 치르는 것처럼 선거운동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은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과거 대선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대선을 불과 28일 앞둔 11일 현재 각 정당들은 충북도당 선거대책위원장 인선도 못하는 등 조직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외부인사들을 앞다퉈 영입해 선대위원장, 선대본부장 등으로 선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중심의 지역 정가 역시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데다 대선 후보나 각 당 유력 인사들의 충북 방문도 거의 없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가 경선 등을 거치면서 충북을 찾은 것은 고작 1∼2차례 뿐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대선의 경우 지역대결 구도가 약화되면서 '캐스팅보트'였던 충북의 존재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과 호남을 특정 후보의 '콘크리트 표밭'이라고 판단, 상대적으로 외연 확장의 공간이 넓은 충청권에 공을 들였는데 이런 구도가 깨지면서 '중립·완충지대'로서 충북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에 기대했던 '충청 대망론'이 소멸하면서 충청지역 유권자들의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19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지역대결 구도의 약화로 충북이 과거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선을 치르는 지역 정가의 긴장감도 다소 이완된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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