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결집'에 영향 줬던 TV토론, 이번엔 '산토끼' 잡을까

입력 2017-04-11 12:00
'집토끼 결집'에 영향 줬던 TV토론, 이번엔 '산토끼' 잡을까

17·18대 대선 때는 TV토론 잘해도 지지후보 변동은 별로 없어

5·9 대선 박빙대결에 보수·부동층 변수…'이전과 다르다'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5·9 대선에서 박빙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이달 13일부터 진행되는 대선주자 간 TV토론이 표심에 미칠 영향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TV토론이 주로 기존 지지후보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했다는 점에서 TV토론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대선이 접전 양상인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17·18대 대선 살펴보니…TV토론 잘해도 지지후보 변동은 별로 없어 =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의뢰로 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제18대 대선후보 TV토론회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TV토론 시청으로 지지후보 변동이 발생한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맞대결을 펼쳤고, 두 후보 지지자 중 90% 이상은 TV토론 이후 실시된 사후조사에서 기존 지지후보에게 실제로 투표했다고 답했다.

TV토론을 지켜본 뒤 실제 투표소에서 지지후보를 바꿔 선택한 유권자는 박 후보 지지자 중 5.6%, 문 후보 지지자 중 9.6%에 불과했다.

특히 TV토론에서 다른 후보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생각해도 지지후보 변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정당학회는 보고서에서 "지지후보 변경보다는 기존 지지후보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TV토론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TV토론이 기존 지지층인 '집토끼'를 계속 잡아두는 데 주로 효과가 있으며, 지지층 확장을 의미하는 '산토끼'를 잡는데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17대 대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월드리서치는 당시 진행된 '선거방송토론 효과 분석'에서 "TV 토론시 후보 변경에 대한 분석결과, 한나라당 이명박·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경우 지지후보 변경 비율이 가장 낮았다"면서 "대체로 TV토론 시청은 태도의 변화보다는 강화 및 유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이번에는 박빙구도 속 보수표심·부동층 움직임 변수 = TV토론의 파괴력이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워낙 박빙 구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TV토론이 선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진보·보수정당 후보 간 전통적인 대결구도에 따른 영·호남 지역주의가 크게 약화한 상태에서 진보성향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중도성향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됐다는 점도 TV토론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와 함께 유력한 보수 후보의 부재로 보수층과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따라서 TV토론이 기존 법칙대로 지지후보에 대한 유권자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는 자리로 활용될 수 있지만, 다른 대안 후보로 표심을 바꾸는데 영향을 줄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후보간 정책 검증과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만큼 안보와 경제 분야 주요정책에 대한 후보간 대립각이 더욱 선명해질 경우 유권자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경우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표심도 TV토론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 사태로 후보 검증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선거 구도가 최근 급격히 변화하면서 아직 지지 강도가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TV토론이 이전보다 다소 효과를 더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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