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자 더 선명해진 세월호 '붉은 상흔'

입력 2017-04-11 11:17
수정 2017-04-11 11:22
비 그치자 더 선명해진 세월호 '붉은 상흔'

"3년간 가족들 마음 뒤덮었던 구름도 빨리 걷히길"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세월호가 육지에 오른 이후 날이 갈수록 파손 부위들의 붉은 상흔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



3년간 바닷속에 가라앉았던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20일째인 11일 오전.

아침까지 내렸던 부슬비에 젖은 세월호는 전날보다 더 붉은 빛을 띠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직후 보여줬던 짙은 갈색 빛깔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선체 표면에 다닥다닥 붙었던 진흙과 따개비 등이 햇볕에 의해 자연스레 떨어진 탓이다.

그러나 뾰족한 선수부와 침몰하면서 해저 면에 닿았던 선미 좌현의 붉은 녹은 더 선명해졌다.

선수에서는 줄에 긁힌 듯한 자국과 격자무늬 녹이 눈에 띄었고, 선미는 마치 꼬리 부분만 다른 칠을 해놓은 듯 붉은 녹으로 뒤덮였다.

객실 층 창문에 설치한 철망의 녹도 수백m 거리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항만 부두 밖에는 갑판이 흰색과 짙은 녹색으로 칠해진 세월호의 침몰 전 사진이 전시돼 처참한 지금의 모습과 더욱 대비됐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족들은 사방이 컨테이너에 싸인 부두에 머물며 매일 새벽 눈을 뜨자마자 지근거리에서 이같은 세월호 선체를 마주하고 있다.

세월호를 볼 때마다 죄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루속히 미수습자 수색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날 오전 선체 일부에 변형이 생겼다는 소식에 놀라서 배 앞으로 뛰어갔던 가족들은 잠을 설친 듯 눈에 붉은 핏줄이 가시질 않았다.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른 아침부터 세월호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 가족들은 "3년을 기다렸는데도 기다림은 늘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기다리다 보면 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듯 가족들 마음을 뒤덮었던 구름도 걷히길 바란다"며 "때를 놓치지 않도록 속히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수색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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