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MIT 연구팀, 단기 기억→ 장기기억 변화과정 첫 규명

입력 2017-04-11 10:21
美MIT 연구팀, 단기 기억→ 장기기억 변화과정 첫 규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뇌 속에서 단기적 기억이 장기적 기억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미국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일상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뇌 속에서 장기적으로 고정화되는 신경회로의 구조가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NHK와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기타무라 다카시 연구원 등은 기억을 고정시키는 신경회로의 구조를 쥐 실험에서 확인했다는 논문을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를 상자 속에 넣고 전기자극을 주었다. 그러자 쥐는 같은 상자에 넣기만 해도 전기자극에 노출된 경험이 생각나는 듯 몸을 움츠렸다. 연구팀은 이때 쥐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전기자극의 기억은 해마와 대뇌피질 양쪽에 만들어졌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 초기에 활발하게 움직인 쪽은 해마의 신경세포였다. 그러나 2주 후 실험용 쥐에게 똑같은 무서운 체험을 하게 하자 이번에는 대뇌피질에 있는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대신 해마의 기억세포는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대뇌피질에 만들어진 기억세포는 처음에는 미숙하지만, 해마로부터 신호를 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 열흘 후에는 성숙해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기억이 고정화되면 신경회로가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바뀌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기타무라 연구원은 "기억의 구조를 세포 수준에서 확인함으로써 장차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건망증 등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뇌과학자인 이노구치 가오루 도야마(富山)대학 교수는 "용량이 작은 해마의 기억을 용량이 큰 대뇌피질로 옮기는 구조를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획기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대뇌피질에 어떤 식으로 지식이 축적되는지를 밝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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