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모두 우리 편이라 더 고민" 호남 민심 계속 '선택 중'

입력 2017-04-11 10:19
수정 2017-04-11 10:27
"文·安 모두 우리 편이라 더 고민" 호남 민심 계속 '선택 중'

몰표 없이 지지표 분산 예상 많아…지역별 후보 선호도 차이는 있어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경선 끝나면 대충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 혼란스러워요"

19대 대선 후보등록(15~16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다음 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호남 민심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심이 쏠린다.

호남 민심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신생 정당이었던 국민의당에 의석을 몰아주며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뼈아픈 회초리를 들었다.

총선에서는 광주전남 18개 의석 중 2석을 제외하곤 국민의당이 석권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양당 득표율은 50% 안팎에서 당락만 갈렸을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총선처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로 지지표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많다.

각 당 경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과거 대선처럼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이후에도 나뉜 호남 지지율은 좀처럼 합쳐지지 않고 있다.

문 후보 측도 촛불·탄핵정국 아래에서는 '반문정서가 희석됐다'며 대세론 속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현재 그런 예측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 후보 측은 총선 이후 급락했던 후보와 당 지지율이 경선 이후 기적처럼 올랐지만 지금의 지지율이 확고하거나 더 올라갈 것으로 자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두 후보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40% 안팎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는데 지역민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했던 광주 표심도 어느 한 후보에게 쏠리기보다는 경선때 처럼 주로 연령대별로 지지후보가 갈리는 모습이 여전하다.

조선대 후문에서 만난 대학생 정인석(22)씨는 "안철수 후보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은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할 시기"라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후보는 문 후보가 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등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최성진씨는 "누가돼도 정권 교체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그래도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 후보가 더 우리 지역을 챙겨주지 않겠느냐"며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남도 광주처럼 두 후보를 놓고 지지도가 갈리고 있지만 후보 선호도가 지역별로 온도 차를 보인다.

노령인구 비율이 높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한 전남 서남권의 경우 안 후보 선호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 대체적이 시각이다.

목포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마영록(67)씨는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압승을 했는데 국민의당 후보인 안 후보에게 쏠림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자질론은 둘째치고 호남 홀대론으로 나 같은 60대들은 아직도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업인 이정배(59)씨도 "주변 분위기 보면 문 후보 보다 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은 것 같다"며 "호남 지지도가 안 후보로 몰리면 수도권 등 전국에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처가이기도 한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은 표심이 갈리는 분위기다.

'처가 프리미엄' 효과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층 인구가 많은 산업도시인 만큼 문 후보 선호도도 강하다.

회사원 정민석(50)씨는 "안 후보의 부인이 여수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하려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동네에서 영부인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대선일이 가까워지면 바람이 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황현주(39·여)씨는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문 후보가 나름대로 준비를 잘한 것 같다"며 "보편적 사고를 하고 있고 살아온 과정을 볼 때 국민의 심정도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은 채 두 후보에 대한 정책과 검증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지역민들도 많았다.

광주 소재 공기업에 다니는 박경채(44)씨는 "이제야 본선이 시작됐는데 벌써 결정할 수 있겠냐"며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막판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1일 "호남은 두 후보 모두를 남의 편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어 과거처럼 야권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현상은 없을 것 같다"며 "현재의 지지율에서 득표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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