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닮아가는 트럼프 외교…틸러슨·맥매스터 등 5인방 역할
'이단아'였던 트럼프 변모에 전 세계 포퓰리스트들은 실망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시리아 공격을 계기로 주류의 전통성을 닮아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주류로 향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 조짐을 짚었다.
지난 6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군의 대(對)시리아 공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를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시리아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고립주의를 외친 것과는 결이 다른 행동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시리아 공격은 물론 친(親)러시아 태도 변화, 이행되지 않은 이란 핵합의 및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약속, 대북 강경 대응 등이 트럼프 정부가 주류 정책을 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WSJ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이 주류 방향으로 나아간 데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등 5인방의 역할이 컸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격을 결정하는 데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제시한 정보들에 의존했다고 보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틸러슨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승인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들을 줬다.
전문가들은 특히 육군 중장 출신의 맥매스터 보좌관의 위상 강화가 정책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맥미스터 보좌관은 지난 2월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마이클 플린의 뒤를 이어 NSC의 수장으로 기용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보팀을 원하는 방식으로 꾸릴 전권을 넘겨받으면서 서서히 NSC의 장악력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주류를 닮아가는 데 맥매스터의 부상과 플린의 낙마가 전환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백악관의 세력 지형 변화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극우 성향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맥매스터의 견제 속에 NSC에서 전격 배제됐다.
시리아 공격 등 트럼프 정부의 바뀐 행보는 미국 내 주류 세력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이단아적인 면모에 매료됐던 포퓰리스트들은 예기치 못한 '트럼프 변모'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운동을 이끈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당수는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매우 놀랐다"며 "이전의 중동 개입은 상황을 더 좋게 하는 것보다 나쁘게 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대선후보 마린 르펜과 미국 내 포퓰리스트 지도자들도 시리아에 미사일을 퍼부은 미국의 공격을 강하게 반대했다.
엇갈린 반응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취임 초반 삐걱거린 정책의 동력을 살려 나갈 기회를 얻었다.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무난히 취임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시리아 공격과 고서치 대법관의 인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성공적인 만남은 백악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화당의 내분 속에 좌초된 '트럼프케어'와 세제 개혁 등 트럼프 정부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주류의 전통성으로 방향을 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도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소 감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이 우려의 핵심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익사한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보고 경악했지만 끝내 행정명령으로 시리아 난민 프로그램을 지연시킨 원래 입장으로 되돌아간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로 숨진 어린아이들 사진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지만 언제 태도가 돌변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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