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산도 학생들 주고 간 서울역 '우동할머니'

입력 2017-04-11 10:07
마지막 재산도 학생들 주고 간 서울역 '우동할머니'

경희대, 기부금으로 '김복순 장학기금' 조성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이런 장학금을 받아 더 쉽게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서울역에서 우동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돌아가신 '우동 할머니' 김복순씨의 이름을 딴 '김복순 장학기금'이 만들어졌다.

경희대는 '김복순 장학기금'을 만들고 매학기 2명씩 장학생을 선발해 한 학기 150만원 씩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김 할머니는 2007년 돌아가시면서 전 재산인 빌라(당시 시가 2억 7천만원 상당)를 대학에 기부하고 자신의 시신 역시 이 대학 의료원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생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오던 김 할머니는 서울역 앞에서 우동장사로 생계를 꾸리면서 고향인 거제도의 창호초등학교에 책상, 걸상 등 학교 용품을 여러차례 기부해 거창군 교육장 표창도 두번이나 받았다.

또 50여년 전부터 오갈데 없는 고아였던 어린 아이 3명을 자신의 딸로 거둬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그런 김 할머니와 경희대의 인연은 1988년 시작됐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김 할머니는 경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했다. 1998년 치료 후 전 재산인 빌라 기증 약속을 하고, 2002년에는 현금 8천800만원을 경희대에 기부했다.

1998년 경희의료원과 맺은 사후(死後) 기증 약속에 따라 시신까지 의료 실험용으로 기증했다.

이번 장학생으로 선발된 김혜진(아동가족학과 4학년) 학생은 "김복순 할머니의 사연은 장학금을 신청하면서 찾아보게 됐는데 이런 장학금을 받으면 더 쉽게 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저도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이날 오후 2시 김 할머니의 둘째 딸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캠퍼스 본관 소회의실에서 장학기금 수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할머니께서 기부하신 빌라가 최근에 매매돼 10년 만에 장학기금이 마련됐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하신 기부자의 뜻에 따라 필요한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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