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초등생 유괴·살해…시신유기 도운 공범 있었다(종합)

입력 2017-04-11 10:26
수정 2017-04-11 15:50
8살 초등생 유괴·살해…시신유기 도운 공범 있었다(종합)

고교 졸업생 10대 소녀 긴급 체포…일부 시신 담긴 봉투 건네받아

2월부터 SNS 친구로 알게 된 후 살인 관련 대화도 나눠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10대 소녀로부터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를 도운 10대 공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A(19)양을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5시 44분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고교자퇴생 B(17·구속)양으로부터 숨진 초등생 C(8)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구속한 B양의 범행 후 행적을 추가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A양의 혐의를 확인했다.

B양은 지난주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낸 언니에게 시신 일부를 담은 종이봉투를 줬다"고 진술했다.

A양은 전날 오후 5시 24분께 서울 자신의 집 앞에서 추적에 나선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조사결과 B양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9분께 자신의 아파트에서 빠져나온 뒤 오후 4시 30분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한 지하철역으로 이동해 A양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아파트 옥상에서 C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유기한 뒤 비닐로 싼 나머지 시신을 갈색 종이봉투에 담아 A양에게 건넸다.

A양과 B양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나 3시간가량 군것질을 함께하거나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등 태연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같은 날 오후 9시 47분께 서울에서 자신의 인천 집 근처 지하철역으로 돌아왔다.



A양은 경찰에서 "B양으로부터 종이봉투를 건네받은 것은 맞지만, 내용물이 시신인지는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집 근처 쓰레기통에 종이봉투를 버렸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이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A양과 B양은 올해 2월 중순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둘은 자주 전화통화를 하며 실제로 3∼4번 만나기도 했고, SNS에서 살인과 관련한 대화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은 올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조사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B양은 지난달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C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B양은 사전에 휴대전화로 C양의 하교 시각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사실이 밝혀졌다.

B양의 컴퓨터에서는 범행 전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로 검색한 기록도 확인됐다.

경찰은 A양이 B양으로부터 건네받아 유기한 시신 일부를 찾고 있으며 조만간 A양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은 B양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할 당시에는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신유기 혐의를 부인하지만, 통화 내용 분석 등을 통해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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