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도영유권 주장 반박하는 '관판실측일본지도' 첫 공개

입력 2017-04-10 15:24
일본 독도영유권 주장 반박하는 '관판실측일본지도' 첫 공개

국제법전문가 故 백충현 교수 전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제법 전문가로 독도 영유권 공고화를 위한 국제법적 논리 개발에 힘썼던 고(故) 백충현(1938∼2007) 서울대 교수의 10주기를 맞아 전기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이 출간됐다.

전기 작가 이충렬씨가 쓴 책은 백 교수를 단지 학문적 성취를 위한 연구자가 아니라 자신의 연구를 국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백 교수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직접 사재를 털어 입수한 일본 고지도 관련 내용이다.

백 교수는 생전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는 국제법적 증거가 많을수록 국제여론전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관련 자료 수집에 노력했다. 특히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이 표기된 일본 고지도, 그중에서도 국가가 펴낸 관찬 지도의 발굴에 관심을 쏟았다.



백 교수는 1996년 당시 외무부의 의뢰를 받고 일본에 자료 조사 출장을 갔다가 메이지대 박물관에서 새로운 지도를 발견했다. 일본의 유명한 지도학자 이노우 다다타가(伊能忠敬. 1745∼1818)가 1800∼1817년 일본 전체를 실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1870년 발행된 '관판실측일본지도'(官板實測日本地圖)였다.

일본에서 '일본 지도의 모본(母本)'으로 불리며 권위를 인정받는 이 지도에는 일본 서북쪽의 오키섬(隱岐島)이 표시돼 있지만 오키섬에서 157km 떨어진 독도와 울릉도는 없었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천km 떨어진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까지 표시할 정도로 자세한 지도에 독도가 없다는 것은 당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지도의 중요성을 알아본 백 교수는 지도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제지를 받고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백 교수는 이후 포기하지 않고 도쿄의 지도 전문 서점을 드나든 끝에 1년 후인 1997년 당시 환율로 1억원의 사비를 들여 관판실측일본지도의 또다른 판본을 구입했다.

귀국한 백 교수는 논문을 써서 관판실측일본지도를 알리려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간 '신(新)한일어업협정' 체결이 논의 중이었던 상황을 고려해 논문 발표를 미뤘다. 개인의 영예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한 결과였다. 결국 이 지도는 백 교수 생전 공개되지 못했고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이미지가 공개됐다. 원본은 현재 외교부가 소장하고 있다.

책은 이밖에도 백 교수가 프랑스의 외규장각 의궤 반환 당시 조건없는 반환을 위해 노력했고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집단학살 문제를 세계에 알렸던 일 등을 담았다.

이충렬 작가는 "백 교수의 학문적 가치관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학문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면서 "그래서 그는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국적 국제법'의 정립을 위해 매진했다"고 평했다.

김영사 펴냄. 30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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