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과거 사례 보면 北 탄도미사일 탐지·타격 어렵다"

입력 2017-04-10 14:02
美언론 "과거 사례 보면 北 탄도미사일 탐지·타격 어렵다"

北, 위장·은폐 용이한 산악지형…걸프전 등 외국 전쟁 사례 연구

걸프전 '스커드 사냥'·예멘 전 탄도 미사일 자료·세르비아 내전 은폐 전술 참고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걸프전 등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위협적인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타격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군사 안보 전문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이 현재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핵탄두 소형화에 이를 만큼 기술적 진전을 이루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는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다.

캐슬린 T. 맥팔런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현재 북한 핵과 미사일을 현재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지하 핵 시설, 곡사포와 로켓부대 및 최고 수뇌부 표적들에 대한 타격을 유일한 해결 방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北, 산악지형으로 탄도미사일 위장·은폐 유리 …'스커드사냥' 효과 미미



TNI는 그러나 한국에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 대응부대를 타격하는 것은 1991년 걸프전 사례를 고려하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북한이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대의 위장과 은폐가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찰기가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에 의존해 지상 표적을 정찰해야 하는 상황이 간혹 있다.

걸프전 당시 델타포스와 SAS로 이뤄진 미·영 특수부대원들은 팀 단위로 이라크 서부 지역에 은폐된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군 스커드 미사일 수색과 타격작전을 벌였다. 다국적군 소속 전투기들도 작전 지원에 동참했다.

당시 미정부 관계자들은 이 작전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국방부 조사 결과 성공적으로 파괴된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전쟁이 한창일 때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은 감소했지만, 전쟁 마지막 주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사일 보유 대수도 우려할만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보유 대수는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 보유량을 훨씬 웃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적어도 81발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사된 미사일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타격했지만, 미군 막사 피해 사례(사망 28명·중상 110명)를 제외하면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스커드 계열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1천 기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동맹들로부터 들여와 '베낀' 이 탄도미사일은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편이다.



◇ 성능개량 노동 포함해 스커드 계열 미사일 1천여 기 보유

북한이 주력한 것은 스커드 계열이다. 약 600여 기로 추정되는 스커드는 B, C, D형으로 구성되며, 이를 개량한 노동미사일도 300여 기가량으로 추산된다. 특히 노동미사일은 고각(高角) 발사가 가능해 요격이 훨씬 어렵고, 1t 규모의 고폭탄두로 일본 내 표적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 수십 기로 추산되는 사거리 3천㎞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과 대포동은 태평양 지역을 사정권으로 두기 때문에 미국의 최우선 공습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운영 요원들이 전쟁에 대비해 제대로 훈련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보유 대수를 고려하면 운영 요원들의 경험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미사일의 정확도와 신뢰성 측면에서는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전쟁 시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 수가 수백 기나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걸프전과 예멘 사례 면밀히 분석…걸프전 수준으로 공습하면 '실패'

북한은 과거 미국의 탄도미사일 타격 사례를 면밀히 연구한 후 대응전술을 다듬었다. 북한군은 산하 연구기관들을 통해 각종 자료를 수집 분석한 후 이를 적용하는 데 주력해왔다.

걸프전 못지않게 북한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예멘 내전이다. 후티 반군 세력에 수년 동안 탄도미사일을 공급했거나 성능개량을 지원해온 북한으로서는 사우디의 공습에도 지속하는 미사일 발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군 수뇌부는 걸프전 당시 미군의 '스커드 사냥'이 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한 점에 크게 고무됐다. 이에 따라 북한 탄도미사일 타격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군 수뇌부가 걸프전 이후 전술을 바꿨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미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인 조지프 버뮤데즈가 미국에서 발간하는 북한군 관련 온라인 매체 'KPA 저널'(2010년 10월 자)은 북한군 수뇌부가 해외 군사, 전쟁, 무기 개발 등을 면밀해 추적 조사해온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KPA 저널은 2010년 입수한 북한 군 교범에는 1999년 세르비아 내전 당시 은폐 전술 전례를 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미사일부대의 위장과 기만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런 대응책을 고려하면 미국과 한국 등 동맹의 전쟁 기획자들로서는 고민이 만만찮다. 북한에 대한 침공은 미사일 위협을 영구히 막을 수 있지만, 그 경우 끔찍한 전쟁이 뒤따른다.

미국이 걸프전 수준으로 북한을 공습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대부분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TNI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나 중국을 통한 북한 김정은 정권 압박을 하더라도 핵무기 제조와 탄도미사일 성능개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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