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라리 잘된 일"…美中 '하나의 중국' 논의 피한 까닭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이나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데 대해 대만은 "차라리 잘 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데 대해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며 향후 양안 정세에 낙관적 입장을 표명했다.
대만은 그간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국이 이익 거래를 위한 '졸(卒)'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 교환 카드로 '하나의 중국'을 재언급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황중옌(黃重諺)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보면 미중관계의 순탄한 발전과 함께 대만과 미국 사이에서도 놀랄만한 일이 없었다. 이는 정부도 낙관적으로 예견했던 바"라고 전했다.
황 대변인은 이어 "국가안보팀이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대만에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했다"며 "결국 당초 추측한 것처럼 예상 외의 상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외교·국방장관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중국'과 대만 및 양안 의제는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고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티베트 관련 문제에서 (미국 측에)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하며 미중간에 체결된 3개 공동 코뮈니케(공보)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기초로 관련 사무를 잘 처리하고 미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기 바란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추추이정(邱垂正) 대륙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양안 의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은 각계의 예측과 일치한다"며 "양안관계와 대만-미국 관계 모두 중요하고 역내 다자공영의 틀, 양안의 평화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 앞서 린정이(林正義) 대륙위원회 부주임도 한 외신인터뷰에서 "회담에서 대만을 언급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소식"이라며 "대만이 미중간에 바둑돌이나 거래카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당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의제가 언급될지, 중국이 미국의 뜻을 곡해할지 등을 주시하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수시로 회담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하나의 중국' 의제가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 양안 전문가들은 미중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라이이충(賴怡忠) '대만 싱크탱크' 집행위원은 "미국 입장에선 '하나의 중국' 정책이 마지노선으로 중국에 굳이 대만 정책을 재설명할 필요가 없었고, 중국으로서도 미국측 양보를 얻어내기 힘들어지고 양국간 인식 차이를 도드라지게 할 대만 문제 언급을 회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시 주석의 초청에 응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주객'이 전도됐을 때 중국이 하고 싶은 주장이 정식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스핑(范世平) 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도 "대만으로선 '하나의 중국'이나 대만 문제가 과도한 초점이 되는 것이 불필요했다"며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이 잃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궈선(劉國深) 중국 샤먼(廈門)대 대만연구원 원장은 "대만 문제의 미언급은 대만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미국 모두 실사구시 입장에서 현재로선 이 의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미중 관계에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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