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먼데"…文 '용광로 선대위' 놓고 黨-캠프 '기싸움'
당 인선발표에 文캠프 "일방적 발표…재조정해야" 반발
특정자리 놓고도 갈등…文 "인선관여 안 해, 소통 안 된 부분 조정하면 돼"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이른바 '통합선대위'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추미애 대표가 7일 선대위 구성을 발표한데 대해 문 후보 캠프가 8일 재조정을 공식 요구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이 연출되고 있다.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대위가 제때 출범하지 못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종석 선대위 후보 비서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대위 발표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통합선대위가 되도록 원만한 합의를 해달라는 후보의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과정에 대해 유감"이라고 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추 대표가 발표한 선대위 인선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다.
임 비서실장은 "오늘 중으로 실무원탁회의를 구성해 각 본부를 재조정해 줄 것을 무겁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이 지적한 대목은 3가지다. 당사자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인사들을 자리에 배치했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인사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으며, 기존 문 후보 캠프 인사들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아 연속성 차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추 대표가 선대위 구성을 발표하기 전 문 후보 캠프 측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단과 총괄본부장 등 컨트롤타워만 발표하고 이후 인선은 추가 협의를 거쳐 후속 발표하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도 일부 이견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새 나왔지만, 추 대표는 100명이 넘는 각 본부와 위원회의 주요 직책 인선을 공개했다.
발표 직후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박영선·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동의한 사실이 없다며 반발했고, 상임고문단 명단에 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요청받은 적도, 할 생각도 없다"며 펄쩍 뛰었다.
지난 5일 대변인단을 발표할 때에도 이재명 성남시장 경선캠프 대변인이었던 김병욱·제윤경 의원을 명단에 포함했다가 뒤늦게 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문 후보가 당 중심의 선대위를 천명한 상황에서 당 대표가 선대위 구성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절차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 비서실장의 말을 빌리면 추 대표의 '일방통행'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문 후보 캠프와 당 사이의 권력게임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통상 후보 중심의 선대위를 꾸려 경선캠프 인사가 선대위를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용광로 선대위'를 천명한 문 후보가 당에 적잖은 선대위 구성 권한을 준 상황에서 기존 캠프 멤버와 중앙당 간에 알력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대위 핵심 요직인 종합상황본부장에 내정된 김민석 당 특보단장에 대해 문 후보 캠프에서는 적극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연속성 측면에서 강기정 캠프 상황실장을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 실장은 물론 문 후보 캠프 핵심멤버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도 선대위에 이름이 빠진 상태다.
문 후보는 이날 취재진에게 "선대위 인선 부분은 관여하지 않고 당에 맡긴 상태"라며 "당 주도로 기존에 저와 함께했던 캠프는 물론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와 함께했던 분들도 함께하는 대통합 선대위를 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 조정해나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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