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수' 확인한 시진핑, 北압박할까…특사파견 가능성도
시진핑 "상황 악화말라" 요구할듯…中상무위원급 방북할지도
中, '가능한' 추가 대북제재 성의표시후 美와 대화 재개 노릴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7일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북핵 논의가 입장차만 확인하고 합의가 불발함에 따라 차후 시 주석이 선택할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정상회담에 앞서 연일 대북 강경책을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와중에 시리아 폭격이라는 '초강수'로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위협했음에도 시 주석이 '트럼프식' 대북 강경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주장대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며, '결정적인' 대북 압박을 하지 않으면 북한과 연계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제재)'을 할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미국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정을 지키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선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회담 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두 정상이 북핵문제가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외교적 수사'만이 나온 것만 봐도, 이틀간의 미중 설전에서 접점 찾기조차 힘들었던 현실이 읽힌다.
두 정상은 6일 환영 만찬, 7일 확대정상회담과 실무오찬 등 1박 2일간 '밀고 당기기'를 통해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율했으나,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평행선을 달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집요하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대해 시 주석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겉으로는 '화기애애했던' 6일 환영 만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서야 상의 미군 함정에서 시리아로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공격을 한 데 대해 시 주석이 쇼크를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화학무기 공격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한 시리아 정부를 응징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러시아가 시리아 후견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중국을 겨냥한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시 주석은 자국 외교부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화학무기를 사용해서도, 무력공격을 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볼 때 시 주석은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이라는 초강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이제 뭔가 해야 할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선제 타격론'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군사 행동 명령을 내린 것이라 중국으로선 '더 강한' 북한 단속이 발등의 불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으로선 시 주석의 이런 태도에 감사를 표시하겠지만, 미중 관계 악화를 막으려는 중국이 이제 더 강한 압박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8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북한에 거물급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논의 내용을 전달하고 분위기를 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에도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특사 파견 등의 소통 노력을 해왔다.
중국은,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분명하게 알리는 한편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하지 말라고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특사로는 상무위원 급(級)이 갈 수도 있고, 실무조정 차원에서 북핵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갈 수도 있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의중을 충분하게 파악한 만큼 북한과의 '담판'을 통해 나름대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시 주석을 초청해 겉으로는 체면을 살려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리아 폭격 등을 통해 사실상 트럼프가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면서 "이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라는 트럼프의 경고임을 중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도, 중국이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유지하되 대북제재를 강화할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송유관을 차단하고 북중 무역을 중단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 조치는 사실상 북한 정권의 생명줄을 끊어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따라서 북한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인 중국 내 북한 식당 운영과 관련해 더 압박을 가하는 한편 북한과의 수출입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그러면서도 유엔 안보리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대북 지원을 하는 방법으로, 북중 관계의 '탈선'을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를 막기위해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대화 분위기를 만들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