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1의 낙농지역 위스콘신 주민 '버터 선택권' 논란
주법 따라 정부가 판매 대상 결정…"기본권 침해" 소송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제1의 낙농지역 자존심을 내세워 버터 규제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 위스콘신 주의 관계 법령이 도마에 올랐다.
60여년 전 제정된 버터 규제법 때문에 선호하는 수입 버터를 사기 위해서 주경계를 넘어야 하는 주민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유명 유제품 가공업체가 우회로를 제시하면서다.
7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유제품 가공업체 '올드 월드 크리머리'(Old World Creamery)는 "현재 위스콘신 주에서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A등급 아일랜드산 버터를 주법에 위배되지 않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아일랜드산 버터를 덩어리째 수입해 가공·포장한 '아이리쉬골드'(Irishgold)를 오는 11일부터 주 전역에서 판매할 예정이라며 주정부가 승인한 버터 등급 판정 기관 5곳이 포장 전·후 2차례에 걸쳐 제품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위스콘신 주는 1953년 제정된 법에 따라 위스콘신 주정부로부터 면허를 획득한 기관이 맛과 향·성분·색상·식감 등을 종합 평가한 버터만 주 내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포장된 채 수입되는 버터는 판매 금지 대상이다.
상표나 등급 표기 없는 버터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최대 1천달러 벌금과 징역 6개월형에 처할 수 있다.
위스콘신 주는 이같은 규제가 버터를 포함한 유제품의 품질을 높게 유지시켜준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주정부가 개인 입맛까지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 높은 아일랜드산 버터 '케리골드'(Kerrygold) 애호가들은 인근 일리노이 주 또는 미네소타 주로 장거리 운전을 해가거나 다른 주에 방문할 때 버터를 대량 구입해오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결국 지난달,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버터에 대해 이토록 엄격한 곳은 미국에서 위스콘신 주가 유일하다"며 "이 낡은 법령이 기본권을 제한, 헌법에 위배될 뿐아니라 특정 제품을 구입할 소비자 권리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단체 '위스콘신 인스티튜트 포 로 앤드 리버티'(WILL) 소속 제이크 커티스 변호사는 "'올드 월드 크리머리'의 노력으로 위스콘신 주민들이 주경계를 넘지 않고도 아일랜드산 버터를 살 수 있게 됐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소송을 계속 추진할 뜻을 확인했다.
그는 "위스콘신 주의 불합리한 법이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수입 버터를 맛보고 선택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며 "경제활동의 자유는 기본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위스콘신 주 관계당국은 "주법을 준수하고, 소매업체에 주법의 내용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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