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투수들의 무덤'에서 '부활 희망' 보여줬다
경기 초반 구위는 전성기 비견…체력 보강이 숙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괴물 투수'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빅리그 복귀전에서 부활을 예감케 하는 투구를 선보였다.
경기 초반에는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구위와 경기 운영으로 '역시 류현진'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투구 수가 늘어가면서 구속이 떨어진 건 보완해야 할 점이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77개였고, 이중 스트라이크 52개로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시속 150㎞)까지 나왔지만, 대부분의 직구는 90마일 부근을 맴돌았다.
4회까지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전성기였던 2013~2014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회 적극적으로 타격한 콜로라도 타자들의 집중력에 잠시 고전하며 먼저 1점을 내줬지만, 1사 2, 3루 위기에서 트레버 스토리를 체인지업으로 내야 뜬공 처리하고 마크 레이널즈를 강속구로 삼진 처리한 건 류현진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재활을 마치고 이제 막 복귀한 류현진의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류현진은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서는 걸 택했고, 자신의 장기인 정확한 제구력으로 2회부터 콜로라도 타자를 압도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스티븐 카두로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후속 세 타자를 빠른 공 위주로 범타 처리했고, 3회에는 상대 중심타자인 DJ르메이휴와 놀런 아레나도를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였다.
류현진은 4회 선두타자 트레버 스토리를 91마일 빠른 공으로 찍어 눌러 삼진을 잡아낸 뒤 레이널즈와 카두로는 체인지업 위주로 타이밍을 빼앗아 범타로 잡아냈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투구 수 50개가 넘어가면서 직구 구속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90, 91마일을 꾸준히 찍던 직구 구속은 4회를 지나며 89마일까지 내려갔다.
쿠어스 필드는 해발고도 1천610m의 고산지대에 자리해 방문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간혹 가벼운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딱 1번 올랐던 류현진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치르며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결국, 이게 5회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선두타자 더스틴 가노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힘없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들어가며 솔로 홈런을 내줘 1-2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투수인 카일 프리랜드에게 안타를 맞았고, 찰리 블랙몬을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2사 2루서 카를로스 곤살레스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건네받았다.
올해 첫 선발 등판에서 희망을 보여준 류현진의 과제는 이날 1회부터 4회까지 보여준 구위를 경기 중반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에 머무르며 투구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