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소득 작년 20조 첫 돌파…가계 살림에 보탬되나
2015년보다 26% 급증…기업의 배당금 확대 영향
서민보다 고소득층·자산가에 '과실' 집중될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난해 가계가 주식으로 얻은 배당금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배당금 소득은 22조2천951억원으로 2015년(17조6천469억원)보다 26.3%(4조6천482억원) 급증했다.
배당금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발행된 주식에 투자해서 얻은 소득이 포함되고 주식배당은 들어가지 않는다.
가계의 배당금 소득이 20조원을 넘어서기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배당금 소득은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늘어 2006년 1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14조원대에 머물렀지만 2015년에 18.5%(2조7천531억원) 늘어난 데 이어 2년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의 전체 재산소득 146조4천979억원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다.
이는 2015년에 비해 2.8%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재산소득에서 이자소득은 줄었지만 배당금 몫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주식투자 열기는 지난해 다소 주춤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는 5조2천936억원으로 11.8%나 줄었다.
그런데도 가계의 배당금 소득이 급증한 것은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배당금을 늘리는 추세"라며 "특히 작년에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면서 배당금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2014년 4.6%에서 2015년 5.4%로 올랐고 작년에는 6.4%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현 정부는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배당금 확대를 독려했고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배당금 지급을 늘리고 있다.
배당금은 기업 소득이 가계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수 있다.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의 지갑을 조금이라도 열게 하는 역할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금 증가의 효과가 고소득층이나 자산가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가계의 배당금 소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이 포함된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만 살펴봐도 배당금을 100억원 이상 받은 사람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20명이 넘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배당금 증가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배당금 증가는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임금 상승이나 고용 확대가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주식회사가 이익이 나면 배당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등한시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2.3% 줄었고 국내 30대 그룹은 2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했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작년 2월 한국재정학회·서울대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한국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배당 주도가 아니라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 임금이 주도하는 성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 배당금 소득
┌───────────┬─────────────────────┐
│ 연도 │가계 및 비영리단체 배당금 │
├───────────┼─────────────────────┤
│ 2002 │ 5조3천159억원 │
├───────────┼─────────────────────┤
│ 2003 │ 6조9천515억원 │
├───────────┼─────────────────────┤
│ 2004 │ 6조6천968억원 │
├───────────┼─────────────────────┤
│ 2005 │ 8조6천812억원 │
├───────────┼─────────────────────┤
│ 2006 │ 10조6천957억원 │
├───────────┼─────────────────────┤
│ 2007 │ 15조1천883억원 │
├───────────┼─────────────────────┤
│ 2008 │ 15조1천363억원 │
├───────────┼─────────────────────┤
│ 2009 │ 12조8천689억원 │
├───────────┼─────────────────────┤
│ 2010 │ 14조4천25억원 │
├───────────┼─────────────────────┤
│ 2011 │ 14조7천374억원 │
├───────────┼─────────────────────┤
│ 2012 │ 14조9천809억원 │
├───────────┼─────────────────────┤
│ 2013 │14조91억원│
├───────────┼─────────────────────┤
│ 2014 │ 14조8천938억원 │
├───────────┼─────────────────────┤
│ 2015 │ 17조6천469억원 │
├───────────┼─────────────────────┤
│ 2016 │ 22조2천951억원 │
└───────────┴─────────────────────┘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