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전두환 "핵무기 3개만 있으면 北이 대화 응할텐데"
미·소 군축회담 결과 설명차 방한한 美 특사에 아쉬움 토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1986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 부재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발언을 미국 특사에게 한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11일 공개됐다.
외교부가 공개한 '에드워드 라우니 미 대통령특사 접견'이라는 제목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6년 10월 15일 전 대통령은 미·소 포괄군축협상 결과 설명차 방한한 라우니 특사와의 면담 말미에 "미국이 SDI(전략적 방위구상)를 개발하면 미·소 협상이 잘되고, 우리 한국에도 핵무기 3개만 있으면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는 원리는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가 핵을)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이라고 강조했다.
또 면담 서두에 전두환은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깊은 지식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초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를 천명한 바 있는데 그런 정책이 적중해 소련이 군축협상에 응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며 "공산주의자는 약점이 없으면 절대로 협상에 응해오지 않는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는 당시 한국에서 중단된 핵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동시에, 한국이 핵무기가 없어 남북관계에서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를 지향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불만을 최대한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6년 당시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팀스피리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대화가 중단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앞서 외신 등을 통해 전두환은 1983년 11월 한국을 공식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핵 개발 계획 중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핵 개발을 포기하는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애초 전두환의 집권을 좋지 않게 봤던 레이건 대통령이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전두환을 지지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당시 특사로 파견된 라우니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북한의 남침 소식을 맥아더 사령관에게 최초로 보고한 인물이다. 그는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기여했고 미 10군단 공병 준장으로 근무하면서 흥남철수 작전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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