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불청' 통해 밝아지고 첫 영화 찍으며 설레었죠"②

입력 2017-04-08 11:00
수정 2017-04-08 11:11
김완선 "'불청' 통해 밝아지고 첫 영화 찍으며 설레었죠"②

'불타는 청춘' 통해 '한국의 마돈나'서 친근한 '옆집 언니'로

조근현 감독 영화 주연…"'발 연기' 걱정했는데 잘했대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KBS 2TV '불타는 청춘'을 통해 정신적으로 힐링이 돼 엄청 밝아졌어요. 영화를 찍으면서는 처음으로 일하러 가는 길이 설레더군요."

가수 김완선(48)은 내성적이고 도도한 이미지와 달리 낙천적인 면이 있었다.

"5자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또 17세에 가수로 데뷔해 외롭게 사는 환경이 평범한 일상이어서 불편하지도 않았고요. 부모님이 긍정적인 분들이어서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났죠"

하지만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면서 "편안해졌고 밝아진 건 분명하다"고 했다.

'불타는 청춘'에 8회부터 들어간 그는 프로그램에서 선후배 출연진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하며 100회를 넘겼다.

그는 "데뷔 때 첫 방송이 KBS 2TV '연예가중계'인데 예전에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가요 톱텐' 등의 쇼는 있어도 토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없어 실제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겨울에는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해외 출품 때의 제목으로, 한국 개봉 가제는 '헤이데이')의 촬영을 마쳤다. 영화 '봄'과 '26'년을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저예산 영화다. 1980~90년대 꽃다운 나이에도 배우로 영역을 넓히지 않았던 그가 스크린에 도전한 건 의외였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불타는 청춘'에서처럼 많이 웃었다.

다음은 김완선과의 일문일답.



-- '불타는 청춘'을 통해 '한국의 마돈나'가 아니라 옆집 언니처럼 친근해졌다.

▲ 요즘 지나치며 만나는 분들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인사하신다. 거리감이 좁혀진 것 같다. '불타는 청춘'을 하면서 여행과 좋은 사람들이 주는 힘이 크다는 걸 알았다. 동료들과 '깔깔' 웃는 게 너무 힐링이 되더라. 그래서 제작진들에게 고맙다고 늘 얘기한다.

-- 처음 출연하는 게스트의 긴장도 풀어주며 프로그램에서 역할을 톡톡히 하던데.

▲ 2년간 출연하다 보니 제작진까지 가족처럼 편안하다. 내가 오래된 멤버여서 (최근 출연한) 야구선수 출신 박재홍, 영화감독 양익준 씨 같은 게스트에게 편하게 대해줄 수 있는 것 같다. 호스트 역할을 담당 중이다. 하하. 방송 초반에 스태프에게 '우리가 재미있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이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본 없이 '리얼'이고 다들 대학생 때 MT 온 느낌이라며 재미있어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안 시키니까 게스트들이 '놀다가 가는데 돈 받아도 되느냐'고 하더라.

-- 연기력을 보여준 적이 없어 영화 출연은 의외였다.

▲ 카메오로 노래하는 가수 역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매니저가 '누나 영화 제안이 왔어요' 하길래 '노래하는 카메오는 그만하자'고 했더니 '주연이에요'라고 하더라.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연락했는지 궁금해서 만나봤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 '발 연기'란 얘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말하니 감독님이 '친한 여배우들이 있는데 스케줄이 꽉 차서 못한다더라. 누구를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김완선 씨가 떠올랐다'고 무심하게 말씀하셨다. 심지어 내가 한창 활동했을 때 그림에 빠져 있어 TV를 본 적도 없다시면서. 감독님이 영화계 지인들에게 '김완선'이라고 했더니 다들 10초간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내가 아는 김완선 맞아?'라고 했다더라. 하하.





-- 그래도 쉽게 결정하긴 어려웠을텐데.

▲ 지금은 상상도 못 하겠지만 과거엔 가수가 최고의 스타였다. 연기는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만약에 어떤 감독이 나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면, 그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닐 테니 '꼭 해야지'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이자 꿈이었는데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첫 미팅 후 크랭크인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그사이 배우와 연출진이 자주 만나 술을 마시며 놀더라. 아무것도 안 하는데 불러서 노는 게 처음엔 언짢았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시나리오가 바뀌어서 왔다. 나의 얘기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고 주인공이 나와 닮아졌다. 논 게 아니라 감독님이 나의 모습을 관찰한 것이고 영화 작업의 일부란 걸 알았다. 그 후에는 신나게 나갔다.

-- 그렇다면 자전적인 이야기인가.

▲ 원래 어린 시절 은퇴한 40대 여배우가 주인공이었는데 바뀌었다. 10대에 데뷔해 중년이 된 한 가수의 이야기로 나의 이야기가 반영됐을 뿐이다.

-- 연기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나.

▲ 크랭크인 전 연기학원에 다니려 하자 감독님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촬영 때 어떤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감정을 얘기해주시며 리드를 잘 해주셨다. 촬영을 마친 뒤 스태프가 '김완선 연기 잘해?'란 질문을 받고서 '연기 좋다'고 말해 연기를 좀 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더라. 하하. 감독님이 5월에 다른 영화 작업을 하는데 존재감 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됐다. 감독님이 보통 분이 아니셨고 '세계적인 감독이 되면 잊지 마시라'고 했다. 이 시기에 만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짝은 아직 못 만났나. '불타는 청춘'에서도 김국진과 강수지 씨가 사랑하고 있는데.

▲ 나이 들고 축 처질 때가 됐는데 일하는 게 요즘 너무 재미있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설레었다. 2~3시간밖에 못 자고 추운 날 촬영하러 가면서 내가 설레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안 나더라. 결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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