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김포공항 폭탄테러후 전화 한 통에 우왕좌왕

입력 2017-04-11 06:00
수정 2017-04-11 06:28
[외교문서] 김포공항 폭탄테러후 전화 한 통에 우왕좌왕

사건 초기 외교·수사력 낭비…국내외 언론 보도에 민감 대응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1986년 9월 14일 김포공항 폭탄테러가 발생한 직후 신뢰하기 어려운 제보전화 한 통에 당시 우리 정부가 수사력과 외교력을 낭비한 사실이 11일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외교부가 '김포공항 폭발물 사고 관련 대책 및 해외반응, 1986'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포공항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9월 15일 주오사카 총영사관은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일본인으로부터 용의자 관련 제보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제보는 폭발사건의 범인이 9월 13일 한국으로 입국한 10∼12명의 일본인 단체관광객 가운데 있으며 이들 중 5명이 북한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범인들이 이날 귀국할 예정이며, 이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원이나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의 이름과 단체명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이 제보를 토대로 9월 13일 입국, 9월 15일 출국 예정자인 일본인 국적의 관광객 총 24명을 24시간 출국 연기 조치하기로 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와 총영사를 불러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다니노 사쿠타로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는 이들의 출국 연기 조치를 양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들 가운데 단체에서 이탈해 별도 행동을 한 3명에 대해 집중 조사도 벌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들의 신원이나 방한 중 행적이 공항 폭발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오사카 총영사 보고에 따르면 제보자는 김포공항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9월 12일) 해당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총영사관에 신고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일 관련 전화 접수를 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신뢰하기 어려운 제보 전화 한 통에 우리 정부가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빚고, 귀중한 시간과 수사력을 낭비한 것이다.

아울러 김포공항 폭탄테러 사건이 서울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우리 정부가 국내외 언론 보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면밀히 동향을 파악한 사실도 이번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김포공항 폭발사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폭발물을 분석해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뚜렷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의 전모는 23년이 지난 2009년에야 드러났다. 옛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STASI) 비밀보고서에는 아랍계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이 북한으로부터 500만달러를 받고 김포공항 폭탄테러를 했다고 기록됐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