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제1야당 대선후보 피용, 지방유세서 밀가루 세례 수모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한때 차기 대통령 1순위로 꼽혔던 프랑스 제1야당의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가 지방유세에서 밀가루 세례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BFM TV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피용은 지난 6일 저녁(현지시간) 스트라스부르 유세에서 한 청년이 던진 밀가루 봉지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온몸에 밀가루를 뒤집어썼다.
밀가루를 투척한 청년은 '피용과 함께하는 학생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까지 차려입고 열성 지지자 행세를 하다가 피용이 군중 사이를 지날 때 갑자기 밀가루를 던졌다. 이 청년은 피용을 향해 "로비스트, 사기꾼"이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피용은 얼굴과 어깨, 가슴 등에 온통 밀가루를 뒤집어썼고 경호원들은 재빨리 청년을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피용이 밀가루 세례를 받는 장면은 BFM TV 등 현장의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전파를 탔다.
피용은 밀가루를 털어낸 뒤 연단에 올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면서 "무능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밑에서 진짜 국가지도자가 필요한 프랑스 국민을 위해 강해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 내게 던진 밀가루가 프랑스산(産)이면 좋겠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피용이 애써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프랑스 네티즌들은 그가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장면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조롱 섞인 촌평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피용이 눈처럼 아름답게 분을 칠했다"고 말했고, 다른 네티즌은 "에마뉘엘 마크롱(중도신당 대선후보)은 계란 투척을 받았고 피용이 밀가루 세례를 받았으니, 이제 누군가 마린 르펜(극우정당 후보)에게 우유를 뿌리면 크레페를 만들 수 있겠다"고 조롱했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피용은 지난해 11월 공화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대권에 근접한 인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가 피용이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수년간 거액의 공금을 횡령했다고 폭로한 뒤부터 지지율이 급락해 유력주자군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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