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낙하산' 사임·'禹전횡 피해자' 복권…외교부 인사 2제
특임공관장 제도 문제점·정부내 소통 부재 드러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7일 공개된 외교부 인사에서는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국정농단 스캔들'에서 수혜자와 피해자로 드러난 두 인사의 희비가 극적으로 엇갈렸다.
'최순실 낙하산' 인사로 드러난 재외공관장은 옷을 벗게 됐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항명' 딱지를 받고 좌천됐던 인사는 재외공관장으로 나가게 됐다.
문제가 있었던 인사(人事)가 뒤늦게나마 바로 잡혔다고도 볼 수 있지만, 외교부 조직에 큰 생채기를 남긴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직업 외교관이 아닌 사람 중에서 선임하는 특임공관장 제도의 검증 시스템 부실과 정부 조직내 소통 부재라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얀마와 인연 없던 '삼성맨' 검증없이 대사임명…결국 사임
특검 조사결과 최순실 씨가 자신의 이권 확보를 위해 천거한 것으로 드러난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는 지난 6일 외교부에 정식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개인 일신상 이유'를 들었지만 '최순실표 인사'였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는 데 부담을 느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유 대사 인선은 특임공관장 제도의 문제를 드러냈다.
외교부는 유 대사가 어학능력, 교섭 지도력 등이 포함된 서면 자격심사를 비롯한 복수의 검증 절차를 모두 통과했으며, 윤병세 장관을 포함한 부내 인사들이 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최 씨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유 대사 인사에 최 씨가 개입했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직업 외교관 출신 공관장은 까다로운 심사를 하면서 청와대 등에서 낙점해서 내려오는 특임공관장의 경우 형식적인 서면 검증만 해왔던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권력자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외교부가 유 대사처럼 주재국과 전혀 인연이 없었던 인사를 선선히 임명했다는 점에서 특임공관장에 대한 국회의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靑 결정에 이견 냈다 좌천된 인물 재외공관장으로 '복권'
또 우 전 수석 재임 시기 민정수석실 '인사 전횡'의 희생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명렬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는 이날 발표된 재외공관장 인사에서 일본 요코하마(橫浜) 총영사로 임명됐다.
이 총영사는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중국 관광객 단체 비자 수수료 면제 기간 1년 연장을 결정했을 때 자신이 국장으로 있던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이 이견을 제기했던 것이 문제가 돼 보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외교부 영사서비스 과장이었던 A씨가 '비자 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보완 조치를 검토해 통보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 등에 보낸 데 대해 우병우 수석이 이끌던 민정수석실은 '항명'으로 판단, 인사조치를 외교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병세 장관은 즉각적인 조치를 하는 대신 자체 조사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민정수석실 요구대로 이 총영사 등을 인사조치했다. 이 총영사는 국장직에서 물러나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 좌천 인사를 두고는 이견이 있어도 소신 있게 말할 수 없고, 상하좌우 간에 소통이 잘 안 되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보여준 일이었다는 지적이 외교부 내부에서 나왔었다. 우 전 수석의 위세가 워낙 서슬 퍼렇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윤병세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수뇌부가 부하 직원들을 '윗선'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우 전 수석이 특검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미주지역 공관에 근무하며 이 총영사 좌천 인사의 실무를 맡았던 전임 인사기획관이 일시 귀국해 지난 2월 특검의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곤욕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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