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소령·상사서 '순경'으로…해경서 '인생 2막' 연다
최근 3년간 총 150명 '변신'…해경은 전문성, 해군은 삶의 질로 만족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박정헌 기자 = 해군에서 20년간 근무한 서모(45)씨는 2014년 2월 해양경찰 특채에 뽑혀 상사 계급으로 전역한 뒤 '순경' 계급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전역을 고려하던 시절 때마침 해경 특채 공고가 뜨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해군에 근무하면서 해경에 대한 동경을 품어온 데다 이직 뒤에도 함정운용 경험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할 자신이 있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계급으론 막내로 새 직장에 들어갔으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순경으로 출발했지만 해군 20년 근무 경력 만큼 호봉이 가산됐다.
게다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있는 기간이 해군에 비해 짧아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그는 현재 경장으로 승진해 창원해양경비안전서에서 함정 기관사로 일하며 선박 엔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서 씨는 "계급의 높고 낮음보다 자신의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며 "해군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현재 근무에 도움이 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어 현재 직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 씨 처럼 해군 부사관·장교 출신 가운데 해경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군 출신 직원은 총 150명으로 전체 경력채용 1천117명의 13%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대위 1명, 중위 5명, 상사 2명, 중사 36명, 하사 25명 등 총 69명이었다.
2015년에는 소령 1명, 대위 3명, 중위 5명, 상사 2명, 중사 18명, 하사 5명 등 총 34명이었다.
2016년에는 소령 3명, 대위 6명, 중위 6명, 중사 21명, 하사 11명 등 총 47명이었다.
해경은 함정운용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고자 2008년부터 경력 3년 이상 해군을 상대로 특채를 진행했다.
해경 입장에서는 해군 출신을 뽑을 경우 군에서 갈고 닦은 이들의 전문성을 치안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군 출신자로선 군내 진급누락 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직장에서 개인 시간을 군 복무 당시보다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통계에서 알 수 있듯 특채로 뽑힌 이들은 대다수 하사 등 부사관들이지만 소위나 소령 등 장교 출신도 있다.
이들은 특채되면 해군 계급장은 미련없이 떼고 무조건 순경으로 해경 생활을 시작한다.
대신 군 복무 경력을 모두 인정받아 급여 수준은 이전 직장과 큰 차이가 없다.
해경으로 전직하는 해군들은 갑판 등 복무 당시 주특기와 밀접한 일을 한다.
또 연수원에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재교육을 해 새로운 환경과 조직에 큰 문제 없이 적응한다.
덕분에 매년 해군 출신 특채를 진행하면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할 만큼 인기가 많다.
해경 관계자는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의 조직에 있다가 온 이들이라 나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해경 문화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데다 규칙적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이라 내부 평가도 좋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급은 분명 존재하고 이에 따른 상하관계도 있으나 나이가 많은 이들은 그만큼 존중하며 인간적 대우를 해줘 위화감 없이 해경에 적응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장교 출신도 군 장교로서 자존심에다 가장으로서 책임감 등으로 적극적으로 해경 문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출신 해경은 일반 공채 출신과 다르게 오랜 시간 바다 위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생활했기 때문에 멀미 등 바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는 없다.
대신 위계질서가 뚜렷한 계급사회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민간인을 상대해야 하는 등 또다른 어려움은 있다.
해경은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해군 특채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위 출신 해경은 "해경도 계급사회라지만 군과 비교하면 훨씬 융통성 있고 더 인간적인 느낌도 있어 순경으로 시작해도 큰 부담이 없다"며 "규율보다 자기 업무에 집중하면 되는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유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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