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 식당' 롯데백화점서 성업중…안 내보내는 진짜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 씨가 실소유주인 식당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여전히 롯데백화점에서 성업 중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6월 일본으로 출국한 뒤 9개월 동안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서 씨는 최근 첫 공판기일에 맞춰 귀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8일 롯데에 따르면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한회사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 6곳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에서 여전히 성업 중이다.
냉면전문점 유원정과 커피전문점 마가레트, 비빔밥전문점 유경, 우동전문점 향리 등이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이자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던 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유기개발과 유원실업, 유니플렉스, 유기인터내셔널 등 서 씨 모녀가 실소유주인 4개 회사를 롯데의 위장계열사로 규정하고 이런 사실을 숨긴 신 총괄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거쳐 사실상 롯데그룹의 후계자 지위를 굳힌 신동빈 회장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으나 여전히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서 씨 측과의 협의를 거쳐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들을 내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일감 몰아주기'의 사례로 지적받은 만큼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차례로 내보낼 방침"이라면서도 "점포별로 계약 기간이 달라 딱 잘라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안팎에서는 서 씨가 신 총괄회장이 끔찍이 아끼는 사실상의 '셋째 부인'인 데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해 이들 식당을 함부로 퇴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 씨와 딸 신유미(34)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양도 및 편법 상속 등을 통해 서 씨 모녀에게 넘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6.8%에 달하는 서 씨 모녀 지분은 신 총괄회장(0.4%) 뿐 아니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 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신동빈 회장이 서 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이들 식당을 퇴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으로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서 씨의 직·간접적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이고 치매 증세까지 보여 롯데그룹 내 서 씨의 지위가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지주회사 지분 등의 역학구도를 고려할 때 신 회장이 그에게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결정적일 때 서 씨의 지지가 필요할 수도 있어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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