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좌파와 연대는 수긍 어려워"…홍준표에 조언

입력 2017-04-07 12:30
수정 2017-04-07 13:57
이회창 "좌파와 연대는 수긍 어려워"…홍준표에 조언

"보수 망가진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한 사람 때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7일 "좌파와의 연대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좌파 내지 진보세력들과 같이한 분을 상대로 좌파 색깔이 약하다는 이유로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말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쪽에서 어느 쪽과 연대해야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기막힌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항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보수 진영 일각에서 나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이에 "총재 말대로 연대는 정체성이 달라서 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 호남의 2중대이며 국민이 대선 구도가 호남 1, 2중대 선거로 몰고 가게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전 총재는 이번 대선을 '로또판'이라고 칭하면서 "이념과 정체성을 논의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마치 로또 하듯이 제비 뽑듯이 어느 쪽과 연대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데만 빠져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보수가 힘들어지고 망가진 것은 결국 한 사람 탓"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어 "이상한 여자(최순실)를 끌어다가 나라를 엉망으로 운영했기에 모든 것이 파탄났다"면서 "지난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당연히 내 후임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 지경이 되니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또 한국당과 바른정당 분당을 언급하며 "보수 정당과 세력이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걱정이다.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수의 품격을 보여주라"고 당부했다.

홍 후보는 예방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총재님은 (바른정당과) 가능하면 합치는 걸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당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 문제의 대처 방안을 자문했더니 "총재는 원칙대로 당헌·당규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으로 1996년 15대 국회에 진출한 홍 후보는 이 전 총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이회창 전위대' '김대중 공격수'로도 불렸다. 이 전 총재의 '경제 교사'로 정치권에 입문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당시 정책적인 면을 지원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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