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 유선 "씩씩한 김소은, 회식자리서 눈물…참 선한 친구"
"문영남 작가 작품이 막장? 스펀지 물 먹듯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종영을 앞둔 SBS TV 토요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우리 재순이'로 불릴 만큼 배우 유선의 이끄는 힘이 강력했다. 더불어 여봉(전국환)과 남기자(이보희)의 황혼 로맨스도 인기였다.
대선배들 틈바구니에서 타이틀롤 갑순을 연기한 김소은의 부담도 그만큼 컸을 것 같다. 제목이 '신가네 패밀리'도 아니고 '우리 갑순이'니 그 부담은 더 가중됐을 터.
그런 후배를 지켜본 '재순' 유선(본명 왕유선·41)은 김소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선은 '우리 갑순이' 종영을 앞두고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드라마 자체가 한 5년째 잘 되지 못한 시간대에 들어가서 살려야 했으니 어린 소은씨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늘 밝은 모습으로 에너지 넘치게 촬영에 임해줘서 기특했다"며 "시청률이 올라간 시기에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소은씨가 일어나서 한마디를 하다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심리적 고통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극은 캐릭터 한두 명이 이끄는 게 아니다. 식구들이 다 주인공이고 개별 스토리가 다 힘을 갖고 갈 때 드라마 전체가 힘을 받는다"며 "그 점을 소은씨에게 강조하면서 '너는 네 몫을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격려해줬다. 심성이 참 착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재순의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은 데 대해선 "20대의 철없는 사랑을 그린 갑돌이와 갑순이 얘기도 현실적이지만 재순의 이야기는 그들보다 더 처량하고 마음 아파서 시청자들이 응원하며 몰입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재순이가 매우 답답하긴 했다. 그야말로 드센 팔자 속에서 허우적대는 안타까운 여자였다. 문영남 작가 특유의 마지막까지 쉽게 결말을 내지 않는 스타일도 한몫했다.
유선은 "저도 마지막까지 재순과 금식(최대철 분)의 갈등이 풀리지 않을 줄은 몰랐다. 고두심 선생님이 '얘네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작가님께 물어봐 주셨는데도 답을 안하시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 막장 논란에 휘말리는 것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저도 막장이다 싶은 드라마를 해본 적이 있다. 막장이라 느낀 이유는 감정 이입이 안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라며 "문영남 작가님의 대본은 편안하게 스펀지가 물을 먹듯 배우가 캐릭터에 젖어들 수 있게 해준다. 불편함 없이 연기했기 때문에 막장 논란의 여지가 없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유선은 재순의 절절한 모성애 연기로도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그는 딸을 가진 엄마다.
유선은 "제 아이는 딸이어서 아들인 똘이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좀 어색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똘이를 연기한 친구가 눈망울이 크고 특유의 애처로운 표정이 있어서 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실제로 똘이 엄마가 저랑 동갑"이라며 "둘이 촬영장에서 육아 얘기를 많이 하고 가깝게 지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실제 딸과 남편의 이번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유선은 "모니터링을 하려고 '우리 갑순이'를 틀면 딸이 처음에는 재미없다면서 '뽀로로'를 틀어달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갑돌이 갑순이 노래를 부르고 몰입해서 보더라"며 "조금식이 나오면 엄마의 상대역이라고 '아빠'라 부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남편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해줘서 고맙다"며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말이 많아서 재우는데 1시간 반이 걸리는데 늘 육아를 책임져준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차기작을 준비 중인 그녀는 "그동안 재순이에 너무 몰입해서 다른 작품 대본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며 "'갑순이' 대본을 덮을 날만 기다렸다.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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