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전두환 "단임약속은 실수"…재임 야심 있었다
美 인사 만나 "이승만 박사 직선제개헌은 명백한 실책"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효정 기자 = '단임(單任)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외적으로 강조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 방한한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단임 약속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던 사실이 11일 공개된 1986년 외교문서에서 드러났다.
1986년 5월 8일 이뤄진 면담에서 슐츠 장관이 정권 이양과 개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전 전 대통령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다. 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헌법을 준수할 생각만 하고 공언을 안 했더라면 지금쯤 야당은 나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나에게 충고해준 말"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직선제 개헌을 향한 거센 사회적 요구에 시달리던 전 전 대통령의 다소 다른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88년에 (대통령직을) 그만둔다니까 통치권의 누수 현상이 있는지 이것을 이용해 재야세력이 학생과 연합하여 당장 직선제 개헌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국"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슐츠 장관은 "전혀 누수 현상이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투표인단 선거 방식이기에) 레이건 대통령도 직선제 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며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도 그렇다"며 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당시 야권과 재야 세력의 직선제 개헌 요구에 대응하고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같은해 3월10일 윌리엄 클락 전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과의 면담에서 "30년 전 노쇠한 이승만 박사가 개인의 권력을 영속화시키기 위해 헌법을 바꾼 적이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자연히 국민들의 분개를 사게 되어 이 박사는 권좌로부터 축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됐지만 그 자신이 국회에서 다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대통령 선출 방법을 간접선거제로부터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 선출 방법으로 바꿨다"면서 "명백히 그것은 실책이었으며 우리는 그러한 실책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직선제 개헌이 "가두시위가 야욕에 찬 정치인들의 도구가 된 경위"라며 "정부의 정통성의 근원인 헌법에 대해 직접적 공격을 가하고, 그러한 공격이 의회 외부 사람들에 의해 야기될 때 이를 용인할 정부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해 추진한 발췌개헌과, 당시 민주화 세력의 직선제 요구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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